인생 전성기인생 전성기
에:: Webfic

제1화

2000년 5월 17일 “[WEB 발신] [NH농협카드] 입금: 25억 109만 189원, 잔액: 25억 109만 189원” 이진기는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표시된 입금된 돈의 금액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는 흥분이 가시지 않아 빨간 홍조를 띠었다. 5개월 전, 2020년 40살의 나이인 이진기는 2000년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하늘이 그에게 새삶을 살 기회를 주었다. 금융업계에서 10여 년 동안 몸을 바친 이진기는 미래의 기억과 함께 다시 태어났다. 더 이상 구차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이진기는 5개월 전, 드디어 손을 댔다! 2000년 국내에서 제일 핫한 녹두 코인 매매가격의 기억을 되새기며 부모님의 유일한 집을 담보로 하고, 1억 5000만을 레버리지 20배를 걸고 1억 5000만 자금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걱정스럽고 초조한 마음으로 5개월을 보냈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오늘이 바로 녹두 코인이 최고의 매매 가격을 찍는 날이다. 5개월 전, 그는 녹두 코인을 제일 낮은 가격으로 사들였다. 오늘 녹두 코인의 가격이 폭등하여 이진기는 억만 부자가 되었다. 녹두 코인을 오늘만 최고의 매매 가격을 찍고 내일부터 가격이 폭락하게 될 것이다. 이진기는 과감하게 자신의 코인을 모두 팔았다. 세금을 빼고도 25억이 넘는 돈이 그의 카드에 입금되었다! 1억 5000만에서 25억, 이진기는 하루 사이에 일반인에서 한평생 벌지도 못하는 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 “대출금과 이자를 갚고도 아직 23억 5000만이 남아. 과거는 변하지 않았어. 나의 기억과 똑같아. 아직도 부자가 될 기회는 많아. 잡으면 돼. 23억이 언젠가는... 아니 빠른시일내에 백억 아니 천억도 될수 있을거야!” 그는 메시지에 적힌 잔액을 몇번이나 확인했다. 이진기는 휴대폰을 보며 크게 웃었다. 동네방네 빚만 가득했던 전생, 매일 아침 그의 휴대폰 화면에는 은행과 사채업자들의 독촉빚 문자만 가득했다. 그런 생활을 매일과 같이 보낸 그의 삶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궁핍하기만 했던 전생, 이번 생에는 꼭 부자가 될 거야! 연로하신 부모님의 생활을 봐드리고 전생의 한을 모두 풀 거야! 아직 만족하긴 일러. 23억 5000만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진정한 재벌 앞에서는 고개도 들지 못해. 때를 기다리는 거야. 가만히 기다렸다 진짜 큰 한방을 노리는거야. 모든 것을 손에 넣고 나면 그때는 진정한 내 세상이야! 이진기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낼 때, 누군가 그의 방 문을 두드렸다. “진기야, 우리 엄마가 오늘 너와 함께 밥을 먹자셔.” 자신의 방 문 앞에 있는 여자의 얼굴을 본 이진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바로 지금의 여자친구, 미래의 그의 아내 하윤정이었다. “나 시간 없어.” “시간이 없다고?” 하윤정은 이진기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녀와 이진기가 처음 알고 지낸 그 순간부터,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이진기는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말대꾸도 하지 않았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수 있는 남자였다. 그녀와 데이트를 하는 날이면 온종일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그의 모습은 마치 딴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항상 자신에게 친절하고 다정했던 이진기가 오늘 180도 변한 모습을 보이자 기분이 좋지 않은 하윤정은 순간 태도를 바꾸었다. “우리 엄마가 먼저 밥을 먹자고 약속을 잡았는데 시간이 없다고!?” 그녀의 말을 들은 이진기는 콧방귀를 뀌며 전생에 일어난 일들을 회상했다. 그는 하윤정이라는 여자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밥을 먹는다고? 내가 모를 것 같아? 너희 어머니가 오늘 나와 함께 밥을 먹자고 하는 건 사실 나더러 너의 동생에게 돈을 빌려줘라고 하는 거 맞잖아?” 하윤정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네가 어떻게 알아?” “그것만 알 것 같아? 네 동생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임신 시키고 강제로 유산을 시키려다 죽을 뻔했잖아! 지금 그 여자 집에서 5500만 원을 내놓으라고 하는 거 맞지?” 이진기가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윤정이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 “내 동생이야. 우리 결혼할 사이인데 그깟 돈도 못 빌려줘?” “그깟? 5500만 원이야! 우리 집 상황 몰라서 그래? 한평생 밭만 일구면서 살아온 농민들이셔. 평생 모은 돈으로 우리 신혼집을 마련해 주셨어. 나도 금방 회사에 취직했고. 그런 나에게 갑자기 5500만 원이 어디서 나와?” 이진기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시골에 있는 집을 팔면 되잖아. 얼마 받지는 못하지만 5500만 원은 충분히 될 거야.” 하윤정은 뻔뻔하게 자신의 입장만 내세웠다. “미쳤어?” 전생과 현재, 똑같은 말을 두 번이나 들으 이진기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우리 늙은 엄마 아빠가 사는 집이야. 그 집을 팔면 우리 부모님은 어디서 지내야 되는데?” 하윤정이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당분간 월세 신세를 해도 되고, 아니면 우리와 함께 지내도 되잖아.” “우리와 함께 지낸다고?” 화가 난 이진기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말만 예쁘게 잘 하네. 작년에 우리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우리 집에 3일밖에 있지 않았어. 우리 어머니는 매일 너의 수발만 들었어. 아버지가 병원에 일주일이나 누워있는 동안 너는 한번 밖에 보러 가지 않았잖아. 병원에 도착해서 3분도 있지 않았어. 왜? 우리 아버지 몸 상태는 네가 친구들과 고스톱을 치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잖아?” 이진기는 말을 하면 할수록 더 화가 치밀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하윤정을 증오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전생의 자신을 더욱 증오했다. “이진기, 그만해!” 표정이 어두워진 하윤정은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내 동생을 위해 그깟 돈 좀 달라고 한 것뿐이야. 그렇다고 내 동생이 교도소에 들어가는 꼴을 꼭 봐야겠어? 내 동생이잖아!” “네 동생이지 내 동생이 아니야. 나와 무슨 상관인데?” 이진기가 되받아 쳤다. “그래!” 하윤정이 콧방귀를 뀌며 무심하게 말했다. “역시 세상에 믿을 남자는 없어. 오늘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야. 55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우리의 결혼도 끝이야!” 하윤정 가족은 전생에 그의 등에 빨대를 꼽고 천천히 말려 죽였다. 그녀의 동생은 자신이 그의 합의금을 내준 사실을 알고 점점 막무가내로 되어갔다.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다. 하윤정은 자신의 동생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의 금액을 모두 자신에게 뒤집어 씌우고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밀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전생에 구차하게 살아간 제일 큰 이유였다. 하윤정은 그를 돈줄로만 생각하고 한 번도 그에게 마음을 준 적이 없었다. 그의 부모님이 촌스럽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식장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의 부모님은 결혼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집에 있는 모든 가구와 가전제품을 팔아 돈을 마련했다. 자신의 부모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 하윤정은 장례식장에도 모습을 들어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의 뺨을 때리고 크게 싸웠다. 그녀는 그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월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은 부모님을 욕보였다. 모든 장면을 회상한 이진기는 주먹을 꼭 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표정이 한겨울의 칼바람처럼 싸늘해졌다. 하늘이 그에게 다시 한번이라는 기회를 주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과 자신의 돈을 모두 리셋할 기회가 생겼다! “하, 너에게는 500원도 아까워. 5500만?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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