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3화

분위기가 극도로 이상해지고, 특히 임정빈과 임이천 부자가 강유미를 바라보는 눈빛이 복잡하다. 임정빈은 갑자기 이진기에게 감사하고 싶었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임이천과 강유미의 혼사는 진작 성사되었을 일. 이런 멍청하고 눈치없고 할 말 못할 말 못 가리는 여자를 가문에 데려왔다면 틀림없이 큰일이 났을 것이다. 이렇게 다행일 수가. 임정빈은 안도감을 느꼈다. 임이천도 거의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강유미를 바라보았다. 밖에서 자기들끼리 있을 때야 이런 말을 해도 상관없지만, 두 어르신 앞에서 이렇게 속았다는 말을 하다니. 임이천은 정말 그럴 용기가 없었지만 강유미는 당당하게, 아주 철저하게 말했다. 마치 완전히 목숨을 바친 듯, 자기가 죽어도 이진기를 잡아 끌고 죽으려는 듯하다. 강지웅은 딸을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곽씨 어르신은 입을 열지 않고 누구도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곽안나. 곽안나가 느릿느릿 강유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누구지?” 강유미는 곽안나가 자신의 말에 동요한 줄 알고 갑자기 흥분하여 말했다. “나는 강유미고, 김나희와 MBA 동창이야. 그래서 이진기의 추악한 짓을 모두 알고 있지! 내가 아니었으면 당신들 다 속았어. 내가 저 놈의 진짜 목적을 똑똑히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야! 저런 쓰레기 같은 놈이 무슨 근거로 곽씨 아가씨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어? 이게 어울려?” 강유미의 기관총 같은 말은 숨도 쉬지 않고 나왔다.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속 시원한 듯 이진기를 보았다. 분명 쪽팔리고 부끄러워서 괴로워하고 있겠지. 하지만, 이진기의 얼굴에는 평온뿐이었고 심지어 미친 광대의 공연을 감상하듯 비웃음도 약간 있었다. 이때, 곽안나가 입을 열었다. “나는 한 가지 질문만 했는데, 그냥 네가 누구인지만 대답하면 돼. 그렇게 많이 말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강유미의 얼굴에 미칠 것 같은 기색이 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화가 안 나? 저 놈이 너의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