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숨을 꾹 참은 강이서는 신발을 벗고 조심스레 그 통로 속을 걸어갔다.
발밑이 축축한 것을 보니 물탱크가 이곳을 지나간 게 틀림없었다.
강이서는 손목의 워치를 켜서 밝기를 가장 어둡게 한 후 언제든지 신고할 수 있게 준비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통로 끝에서 빛이 보였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요. 이렇게 빌게요. 그냥 만나게 해주세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진수영의 목소리였다.
대화 같지 않은 대화가 이어졌다. 이윽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그건 무거운 물건이 사람을 가격할 때 나는 소리 같았다.
그 소리를 들은 강이서는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소리만 들어도 아플 정도였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좁은 문틈 사이로 강이서는 실험실 같은, 하지만 실험실이 아닌 곳을 발견했다.
금속으로 된 실험대 위에는 여러 가지 표본들이 포르말린에 잠겨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정신이 나간듯한 여자가 있었다.
강이서는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
진수영은 실험체를 제압하는 용도로 쓰이는 채찍을 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가 가득 튀었다.
미친 듯이 웃는 그 표정은 평소의 진수영과 완전히 딴판이었다.
“제발요. 원하시는 건 다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옆 테이블에서 칼을 가지고 앞으로 갔다.
강이서는 조심스레 그녀를 쳐다보았다.
어두운 방 안에는 비상등 두 개뿐이었다.
그중 한 비상등에는 피가 잔뜩 튀었는데 핏방울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확인해보니 그건 푸른색의 눈동자였다.
너무 놀란 강이서는 신고 버튼을 누르는 것도 까먹었다.
무서운 생물을 마주할 줄 알았는데, 못생기고 찌그러진 실험체가 아니라 아름답고 신비로운 인어가 여기 있을 줄이야.
인어는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만큼 축 늘어져 있었다.
금색의 머리카락은 떨궈진 머리와 함께 축 늘어져 있었고 그 위로 핏방울이 튀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강이서는 인어의 목에 금속으로 된 목줄이 걸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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