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0화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굴리던 유하연은 고개를 숙인 채 서류 위에 펜을 놀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번쩍 고개를 들어 창가를 향해 외쳤다.
“누구야!”
“저예요! 소리 지르지 마세요! 저예요, 저!”
창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낮추려 했지만 그 안에 담긴 다급함은 감출 수 없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유하연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뜻밖에도 정유림이었다.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유하연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창가 에어컨 실외기에 매달려 있는 정유림의 모습에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여기는 무려 19층이었다.
허공에 매달린 모습은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유하연은 재빨리 손을 내밀어 정유림이 안으로 들어오도록 도와주었다. 발을 제대로 디딘 걸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창밖을 흘끗 바라보았다.
여기는 호텔 레스토랑의 뒤뜰이었다. 다행히 이른 시각이라 사람도 거의 없었고 정유림의 무모한 행동을 본 이는 없는 듯했다. 그 몰래 숨어든 모양새에 유하연 역시 신경을 더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 확인하고 들어온 거예요.”
정유림은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휴,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이번에는 끝장인 줄 알았다니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야? 네 꼴이 왜 그래?”
유하연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으며 눈살을 더 깊이 찌푸렸다.
평소에는 화려하고 세련되게 꾸미던 정유림이었지만 지금은 형편없는 몰골이었다. 길가에서 막 주워 입은 헌 옷인지 크기도 맞지 않는 옷을 대충 걸친 채 머리는 엉망이었고 얼굴은 얼룩투성이였다. 팔과 발목에는 긁히고 베인 상처가 선명히 남아 있었다.
정상적인 상태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제가 누군가한테 쫓기고 있어요.”
고개를 들어 정유림이 유하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운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는지. 그냥 고현우를 보러 잠깐 나갔을 뿐인데 하필 독사와 마주치고 또 듣지 말아야 할 걸 들어버렸어요. 지금 독사가 저를 눈엣가시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