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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강태수의 백일제에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 유한나는 도우미들을 지휘해 집안을 정돈하고 제사상을 살폈다. 생전에 그녀에게 후했던 강태수를 향한 나름의 마지막 예의였다. 그때 저택 밖에서 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유한나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강주혁이 돌아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강주혁은 혼자가 아니었다. 임서연이 강주혁에게 팔짱을 끼고 자연스럽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강주혁은 이런 자리에 임서연을 데리고 나타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제사 내내, 유한나와 강주혁 사이에는 단 한마디의 말도 오가지 않았다. 시선조차 일부러 피하고 있었다. 법적으로는 부부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낯선 타인 같았다. 고개를 숙인 채 내내 강주혁의 곁을 따라다니는 임서연의 자세는 지나칠 만큼 낮았다. 제사가 끝난 뒤 가족들은 별채로 자리를 옮겨 소박한 식사를 했다. 그때 평소 직설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사촌 고모가 결국 참지 못하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주혁아, 고모가 괜히 말 얹는 거 아니다. 오늘이 어떤 날이니? 네 아버지 백일제잖아. 이런 자리에 외부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게 말이 되니? 한나도 여기 있는데 집안 어른들이 뭐가 돼.” 그 말은 고요한 물 위에 떨어진 돌멩이처럼 순식간에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식탁에 앉아 있던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임서연에게 쏠리자 임서연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곧 눈시울을 붉히더니 사촌 고모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도 제가 오면 안 된다는 거 알아요. 아직 아무 명분도 없고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없다는 사실도요...” 임서연은 말을 잇지 못하며 천천히 가방 안으로 손을 넣어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저 임신했어요. 그래도 강씨 가문의 핏줄이잖아요. 그저 이 아이도 할아버지께 한 번쯤은 인사드려야 하지 않을까 해서... 하늘에서라도 강씨 가문에 또 하나의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별채는 숨소리 하나까지 또렷이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모든 이들의 안색이 변했고 강주혁마저도 놀란 기색으로 임서연을 바라봤다. 임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애처롭게 강주혁을 올려다봤다. “아직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당신한테도 말 못 했어요, 주혁 씨. 저를 탓하실 거 아니죠?” 강주혁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곧 감정을 눌러 담고 사촌 고모를 향해 말했다. “강씨 가문의 아이를 가졌다면 와서 제사에 참여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죠.” 강주혁의 말은 날카로운 칼처럼 유한나의 심장을 정확히 찔렀고 아무 망설임 없이 더 깊이 비틀었다. 지난 2년 동안, 강주혁의 여자 중 아이를 가졌던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여자는 자기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다면서 모두 돈으로 정리해 왔다. 그래서 아무리 부부 사이가 틀어져도 민지는 줄곧 강씨 가문의 유일한 아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임서연이 임신했고 강주혁은 그 사실을 직접 인정했다. 유한나는 눈물이 차오르는 걸 느끼며 입술 안쪽이 찢어질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사촌 고모는 분노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강주혁을 가리켰다. “너!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 한나는 그렇다 쳐도 민지는 어쩌려고 그러니?” “고모님.” 그때, 유한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놀랍도록 차분한 목소리였다. “오늘 아버님 백일제잖아요. 이런 일로 아버님의 평안을 깨고 싶지 않아요.” 강주혁은 의외라는 듯 그녀를 한 번 바라봤다. 이 정도의 폭탄이면 최소한 난리가 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한나는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상석에 앉아 있던 안서희를 바라봤다. “어머님,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민지 데리고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뒤처리는 어머님께서 신경 써 주세요.” 유한나는 누구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곧장 한쪽에서 조용히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던 딸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손을 잡았다. 그 뒷모습이 이상하게도 강주혁의 가슴을 잠시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서울에서 웃음거리가 된 2년 동안에도 이혼을 입에 담은 적 없잖아. 날 얼마나 사랑하는데 걱정할 게 뭐가 있어?’ “엄마, 이제 우리 가는 거예요?” 민지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유한나가 민지를 안아 올리자 민지는 얌전히 그녀의 목을 끌어안았다. “응.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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