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화
하지만 서윤미의 그 당당한 말투는,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이마를 찌푸리게 할 뿐이었다.
“윤미야.”
서은채가 조용히 그녀를 나무라듯 불렀다.
그때 한효진이 갑자기 나섰다.
“윤미 네 말을 들으니 갑자기 생각나네. 그날 일 말이야. 처음 정후가 네 앞에서 실수로 말했잖아? 그리고 네가 바로 언니한테 달려가 얘기했고.”
그녀의 말투는 점점 묘하게 바뀌며 의도를 품은 듯 이어졌다.
“그럼 네 논리대로라면 은채가 사고 난 것도 우리 정후랑 너, 둘 다 책임 있는 거네?”
서윤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효진을 바라봤다.
임수아를 감싸기 위해 한효진이 이런 말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주변 사람들도 다소 술렁였다.
서로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뭐야, 사고가 그렇게 난 거였어? 그럼 수아 씨가 뭘 잘못했단 건데?”
“아니, 그래도 그렇지. 사랑하는 사람 결혼한다는 얘기 듣고 감정 격해져서 뛰어간 거잖아. 사람 마음이란 게 꼭 이성적으로만 움직이진 않지. 백 퍼센트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맞잖아.”
곧장 누군가 그 말을 되받았다.
“그 논리면, 예를 들어 우리가 같이 놀러 나갔다고 치자. 그런데 한 명이 길 가다 사고를 당했어. 그럼 그냥 같이 있었단 이유로 나머지 사람들 다 죄인 취급해야 해? 처음부터 같이 놀러 나가자고 말하지 않았으면 사고 안 났을 거니까 놀러 나가자고 말한 사람들은 다 잘못이 있다는 거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건 뭐, 그냥 사람이랑 어울리지도 말라는 소리잖아.”
“그러게 말이야. 수아 씨는 그냥 집에서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죄인이 된 셈이잖아?”
윤시혁의 눈빛은 잠시 흐렸다가 깊어졌다가 여러 번 동요하며 복잡하게 흔들렸다.
사람들의 말이 마치 오래된 안개를 걷어내듯 그의 마음속에 숨어 있던 감정의 매듭을 풀어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는 서은채가 그날 사고를 당한 건 어쩌면 자신과 임수아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은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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