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화

한효진은 추억을 되새기는 듯 여유로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나는 프로 스퀘어에서 수아를 처음 봤어. 그때 한 남자가 자기 아내를 폭행하고 있었지. 넓은 광장에 사람들이 많았지만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어. 그 남자가 칼을 꺼내며 누구든 도와주면 찌르겠다고 협박했거든. 바로 그때 핑크 머리를 한 소녀가 나타나더니 번쩍이는 칼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은 채 달려가서 두어 번 만에 남자를 제압하고는 얼굴이 부어오를 때까지 때렸어. 다 끝나고는 구타당한 여자를 자신이 탄 오토바이에 태워 데리고 갔어.” 여기까지 말한 한효진은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엔 서로 아는 사이인 줄 알았어. 그래서 그 소녀가 도와준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조사해 보니 전혀 모르는 사이였어. 그 소녀는 그냥 길 가다가 불의를 보고 도와준 거였지.” 한효진의 말을 들은 하경림은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한효진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 후, 우리는 햇살 보육원에서 다시 만났어. 그때 이 녀석은 어린이들과 게임을 하며 놀고 있었어. 원장님께 물어보니 이 녀석도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였어. 몇 번 만나고 나서 나와 녀석과 친구가 되었지. 말해도 넌 믿지 못하겠지만 녀석이 나를 피시방에 데려가 게임도 하게 했고 클럽에 가서 사람들이 춤추는 것도 보게 했어. 또 자동차 경주 경기도 보러 데려갔었지.” 하경림의 입꼬리가 움찔했다. 그녀는 한효진이 이런... 다채로운 것들을 경험했을 줄 전혀 몰랐다. “그때의 수아는 정말 자유분방하게 살았어. 그러다가... 임씨 가문에 들어가게 되었지.” 한효진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임씨 가문에 들어간 후 스타일이 완전히 변했어. 말 그대로 대갓집 규슈처럼 변했지. 미소조차 자로 잰 짓고 있는 듯이 말이야. 그때 알았어, 자기 어머니의 요구에 맞추기 위한 거라는 걸. 보육원에서 자란 수아는 부모의 사랑을 간절히 원했어. 그렇게 행동하면 어머니의 관심을 더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 후 수아는 시혁과 결혼했고 스타일이 점점 서은채를 닮아가기 시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