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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앞장선 남자는 술잔을 들고 임수아의 옆에 앉았다. 임수아와 남지희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고 앉으면서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 남자는 피식 웃더니 임수아 곁으로 다가갔다. “저기요. 나랑 같이 술 한잔해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 마시면 안 돼요.” 임수아가 굳은 표정을 하고 대답했다. 그 남자는 책상 위에 올려진 술병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아가씨, 생각보다 솔직하지 못하네요. 조금 전에 두 분이 술을 마시는 걸 다 보고 왔거든요.” 임수아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한 잔만 마시면 괜찮은데 두 잔 마시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서 쓰러져요.” 그 말에 남지희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 웃었다. 이때 그 남자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더니 임수아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네까짓 게 감히 나를 농락해? 예쁘다고 해주니까 정말 뭐라도 된 것 같아?” 임수아는 여전히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내가 예쁘다고 한 적 없어. 너 혼자 여기에서 떠들고 있었을 뿐이야.” 화가 난 그 남자는 술잔을 바닥에 던졌다. 쨍그랑! 술잔이 깨지는 소리에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진아람과 친구들도 임수아를 쳐다보았다. “아람아, 저 여자한테 이상한 남자가 달라붙었어.” 진아람은 피식 웃더니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오지랖이 넓은 여자는 저런 남자랑 어울려.” ‘저 남자가 임수아를 강제적으로 끌고 나가면 참 재밌겠어. 이참에 망신당해 봐.’ 진아람은 그 남자가 임수아를 강압적으로 끌어안는 상상을 했다. 한편, 임수아가 앉아 있는 곳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 남자는 손가락질하면서 임수아를 협박했다. “오늘 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이곳에서 나가지 못할 줄 알아. 말로 할 때 받아 마시는 게 좋을 거야.” 임수아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물었다. “내가 마시지 않겠다면 어쩔 건데? 때리고 싶으면 때려 봐.” 그 남자는 미친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마시지 않겠다고? 그렇다면 마실 때까지 괴롭혀줄 테니까 각오해. 오늘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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