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은서는 예전에 널 엄마라고 불렀어. 이제 친엄마가 은서를 버렸으니 네가 은서의 엄마가 되는 게 맞잖아.”
심민지는 그 말이 너무 어이없었다.
“누구든지 배달복만 입고 있으면 은서는 다 엄마라고 불러요.”
성지태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네. 그럼 하나 더 낳아 줘.”
심민지는 다시 한번 입장을 단호하게 밝혔다.
“엄마라는 신분을 인정하지 않고요. 아이를 낳지도 않을 거예요.”
은서 엄마가 된다는 건 은서가 엄마라고 한 번 불러주는 걸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 심민지는 계속 은서를 돌봐야 했고 결국 성지태의 공식적인 불륜녀가 되는 거나 다름없었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부터 심민지는 이미 성지태가 짠 판 안으로 들어와 있었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래도 물고기가 죽기 전까지 가만히 건져 올려지길 기다릴 순 없었다.
“성 대표님 같은 분이면 원하는 여자가 얼마든지 있잖아요. 세상에 대표님 아이를 낳아 주고 싶어 하는 여자가 넘쳐날 거예요. 굳이 저한테 집착하실 필요가 있나요?”
성지태는 심민지의 몸을 훑어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이미 써봐서 익숙해.”
그 말은 바늘처럼 심민지의 온몸을 찔렀다.
심민지는 애써 감정을 눌렀지만 결국 눈가가 붉어졌다.
“그래도 저는 싫어요. 다른 분을 찾으세요.”
성지태는 여전히 태연하게 말했다.
“괜찮아. 난 인내심이 많아. 앞으로 매일 밤 여기 와서 은서랑 함께 밥 먹어.”
은서와 밥을 먹게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집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건 아무래도 조금씩 잠식해 들어오겠다는 계산이었다.
“저 학원에 밥이 있어요.”
차라리 마른 빵을 씹을지언정 심민지는 성지태와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고 싶진 않았다.
“계약서에 심 선생님이 계약을 파기하고 싶으면 위약금을 내면 된다는 내용이 분명 있어.”
계약서에 그런 조항이 있긴 했다.
은서가 특수 아동이라서 선생님이 식사 시간에도 동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심민지는 성지태가 합법적인 계약서를 쥐고 조금씩 심민지를 햇빛 아래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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