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별채 안에서 냉혈한은 조용히 차를 내리고 있었다. 그는 부드럽게 찻잔을 들어 여인에게 하나 따라주었다.
“괜찮아. 그 사람 명혼 상대 돌아오면 보내줄 거야.”
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
그는 나를 일부러 가둔 게 아니라, 내가 혼자 내려가는 걸 걱정해서 붙잡아둔 것이었따.
하지만 나랑 아무 인연도 없는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해주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인은 그의 말을 듣고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왜 그 사람한테 직접 말하지 않아요? 당신이 황영수와 어떤 사이인지.”
그 순간 내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냉혈한이 황영수를 안다고?
예전엔 황영수와 함께 있어도 조국철 가족 말고는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내가 아는 게 다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냉혈한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황영수 일은 내가 말할 수 없어. 이 아이 몸에 붙은 게 보통 게 아니거든. 내가 끼어들면 내 목숨이 먼저 날아갈 거야. 이번엔 그냥 시킨 대로 한 거고, 사람만 구하면 끝이야. 그다음은 내 일이 아니야.”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게 올라왔다.
황영수는 이미 떠나기 전에 내 재난을 모두 계산해두고 사람까지 붙여둔 것이었다.
예전엔 어디를 가도 황영수의 흔적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어디든 황영수가 남긴 보호가 깔려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하는 거예요! 우리 스승님이랑 사모님 얘기를 몰래 들으면 어떡해요!”
갑자기 룡이가 다가와 나를 툭 치며 끌고 나갔다.
“사모님? 그 여자분이 사모님이라고?”
나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냉혈한이 밖에서 데려온 여자가 아니라, 정식 신분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룡이는 약간 성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스승님은 광한거사님이고, 사모님은 청아예요. 당신 여기 온 지 며칠인데 아직도 몰랐어요?”
나는 황당해서 눈을 굴리며 말했다.
“네가 말 안 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그 얘긴 됐고요, 얼른 방으로 들어가요. 방 안에 뭔가 있는 것 같아요.”
룡이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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