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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임서희는 애초에 박도운에게서 어떤 대답도 듣고 싶지 않았다. 이 말을 꺼낸 이유도 그저 삼켜온 분노와 억울함을 한 번이라도 토해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박도운은 그녀의 말,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이 긁힌 듯 더 예민해졌다. ‘뭐? 내가 속였다고? 내가 결혼을 약속했다고? 임서희가 할아버지한테 부탁해서 결혼을 약속받았던 거였잖아.’ 이제 와서 옛일을 되짚는 건 의미가 없었다. 박도운은 의자를 밀치며 일어나더니 얼굴이 굳은 채로 관람석을 벗어났다. 몇 걸음 떨어진 옥상 테라스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의 이런 행동은 임서희의 눈에 도망이나 회피처럼 보였다. 임서희는 주먹을 꼭 쥐었다. “서희야, 우리 그냥 내려갈까?” 허준혁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임서희는 허리를 곧게 펴고 태연한 척 답했다. “아니요. 끝까지 봐요. 비싸게 예약한 자리잖아요. 교수님 돈 아깝게 할 순 없죠.” 어차피 수년 동안 겪은 상처도 버텨냈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다잡고 드론 쇼를 구경했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며 움직이는 드론 하나하나가 그녀 마지막 남은 기대마저 무너뜨리는 화살처럼 느껴졌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갑자기 강한 섬광이 번쩍했다. 드론들이 제멋대로 흔들리며 궤도를 이탈했다. “드론이 고장 났습니다! 위험합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한 대의 드론이 곧장 박이윤이 있는 자리 쪽으로 돌진했다. 박이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비명을 질렀다. “아빠! 아빠, 살려줘요!” 그 소리를 들은 박도운은 담배를 버리고 뛰어오려 했지만 그 순간 임서희가 먼저 박이윤을 향해 몸을 던졌다. 생각할 틈도 없이 본능적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몸을 날려 아이를 감싸안아 드론을 막아냈다. “서희야!” 누군가 절박하게 그녀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임서희는 박이윤을 꽉 안은 채, 눈을 꼭 감고 오로지 아이만 지켰다. “이윤아, 괜찮아... 엄마가 구해줄게.” 그러나 예상했던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의 놀란 비명이 뒤엉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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