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임서희는 고의로 박도운 쪽으로 몸을 더 붙였다. 그러자 익숙한 향이 박도운의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박도운은 고개를 숙여 바로 눈앞에서 숨 쉬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눈부신 흰 피부, 맑은 눈동자, 그 순간 오래전의 기억이 그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쳤다.
14년 전, 박도운의 품에 안겨 있던 꼬맹이는 그의 볼에 몰래 ‘쪽’ 하고 뽀뽀했다가 들켜버리자 겁먹은 듯 앙큼한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박도운의 머릿속에서 그 기억이 그대로 되살아났고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박도운은 지금 임서희의 눈동자 속에서 그때의 꼬맹이를 보는 듯했다. 그러다가 정신이 번쩍 들자 그는 급히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밀어냈다.
박도운의 얼굴도, 눈빛도 순식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만해. 그런 수작은 더 이상 나한테 통하지 않아. 넌 가짜일 뿐이잖아. 설령 임서희 본인이 내 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내 눈엔 죽은 척하고 도망친 한심한 광대일 뿐이야.”
임서희의 입꼬리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박도운과 3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보냈다. 박도운은 그녀를 사랑한 적이 없고 미워하기는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눈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그래, 그렇겠지.’
값어치가 없는 건 사랑만이 아니었다. 그의 증오조차도 이렇게 값어치가 없었다.
임서희는 자신의 감정을 꾹 누르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 대표님, 광대는 곧 무대에서 영영 사라질 겁니다.”
실험실이 이틀만 더 시간을 벌어주면 된다. 그 후로 그녀는 박도운의 앞에 다시 나타날 필요가 없다.
임서희가 몸을 뒤로 빼려 하는데 박도운이 다시 그녀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영영 사라진다고? 그게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예요.”
임서희는 그의 손을 떼어내고 휴대폰을 꺼냈다.
“기사 분한테 이 주소로 가 달라고 하세요.”
박도운은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고 주소를 확인했다. 그러자 원래 굳었던 미간이 더 찌푸려졌다.
그곳은 절이었다.
‘임서희가 절에 있다고?’
그는 더 묻지 않고 휴대폰을 기사에게 던졌다.
...
같은 시각,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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