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고우빈은 이미 차에서 내렸다. 그는 바깥에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안아, 도착했어.” 차에서 내리자 나는 멍해졌다. 여긴 외진 곳이지만 풍경이 훌륭했다. 사방을 둘러보니 산이 보였다. 앞에는 끝없이 푸른 해안선이 펼쳐지고, 석양이 바다 위에 화려한 노을을 뿌렸다. 등 뒤로는 울창한 숲이 이어졌다. 숲속에는 복고풍 저택 한 채가 자리하고 있었다. 보통 이렇게 홀로 떨어진 집은 으스스하기 마련인데, 눈앞의 이곳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담장에는 귀한 장미가 큰 덩어리로 만개해 있었다. 붉은색, 분홍색, 노란색... 끓어오르는 꽃의 바다 같았다. 나는 흥분해서 외쳤다. “하이브리드 티! 플로리분다! 그랜디플로라!... 그리고, 그리고, 슈러브! 세상에...” 나는 꽃담을 빙빙 돌았다. 머릿속에서는 장미 이름들이 하나둘 튀어나왔다. 고우빈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차에 기대선 채 미소를 머금고 나를 보고 있었다. 바람이 스치자 담을 가득 메운 꽃과 잎이 함께 일렁이며 사각거렸고, 짙은 꽃향기가 빙글빙글 내 곁을 맴돌았다. 나는 기뻐서 울고 싶어졌다. 정원에 장미 담장을 세우는 건 소녀였던 내 꿈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었고, 나도 늘 돌볼 수가 없었다. 고우빈에게 이런 꿈같은 꽃담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나는 그의 앞으로 달려가 섰다. “우빈 오빠, 이 꽃들 어떻게 키운 거야?” 그가 내려다보며 말했다. “돈 주고 사람 써서 관리하게 했지. 내가 뭘 알아.” “아니, 오빠는 알아.”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분명히 오빠가 정원사한테 이렇게 심으라고 시킨 거야.” “응?” 그가 담담히 되물었다. “어떻게 알아?” 이유는 못 대겠는데, 나는 그냥 고집스럽게 되풀이했다. “틀림없어, 오빠가 시킨 거야! 알아, 나는 알아!” 고우빈은 내 아이 같은 꼴을 보며 체념한 듯 웃었다. “들어가자. 여기 바람 세다.” 고우빈의 손이 자연스럽게 내 어깨 둘레로 왔지만, 닿지는 않고 공중에 살짝 머물렀다. 막 대문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