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내가 밥을 다 먹자 고우빈은 물었다.
“잠깐 산책이라도 할래?”
“네?”
나는 또 멍청한 표정을 하고 고우빈을 쳐다보자 그는 내 손목에 꽂혀 있는 링거 바늘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의사가 가볍게 걷는 건 괜찮다더군. 하지만 격한 운동은 안 되고 너무 피곤해져도 안 된대.”
그제야 깨달았다.
고우빈이 일부러 집에 서둘러 돌아온 건 나를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회사 일로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없는 게 아니라 묵묵히 내가 회복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주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고 고우빈은 하인에게 내 발 사이즈에 맞춘 가벼운 운동화를 가져오게 했다.
“나가서 좀 걷자.”
우리가 막 나가려던 순간, 대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민지 씨, 지금 도련님은 바쁘십니다.”
그리고 이어진 불같이 화난 김민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가 아무리 바빠도 저를 만나야죠. 도대체 언제까지 저를 밖에 내버려두자는 거죠? 전 호텔에서 살기 싫다고요!”
“민지 씨, 그게...”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고 솔직히 성질 고약한 김민지와 다시 부딪히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 목숨이 아깝다고 생각했기에 가능하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멀리하고 싶었다.
그러자 내 마음을 읽은 듯 고우빈이 나를 향해 말했다.
“나갔다가 금방 올게. 넌 거실에서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 고우빈은 밖으로 나갔고 나는 거실에 잠시 앉아 있다가 참지 못하고 몰래 뒤따라갔다.
대문 앞, 김민지는 캐리어를 끌고 머리는 헝클어진 채 꽤 초라한 몰골이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니 속으로 조금 통쾌했다.
비록 남의 불행을 즐기는 건 도덕적으로 좋지 않지만 솔직히 말해 난 정말 속이 다 시원했다.
고우빈의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지야, 내가 말했지. 돌아오고 싶으면 먼저 지안이한테 사과하라고. 하지만 사과해도 지금은 안 돼. 지안이는 아직 회복 중이야.”
그 말에 나는 순간 놀라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와... 이건 진짜 내 편 들어주는 거네.’
고우빈의 말에 감동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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