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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우리는 차를 기다리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서 있었다. 적어도 한 끼 식사를 마치고 나니 눅눅했던 내 기분이 조금 풀렸고 도주은은 더 신이 나서 식사 내내 고우빈을 칭찬했다. 그가 너무 극찬을 퍼붓는 바람에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었다. 도주은은 한참 웃다가 주먹을 휘두르며 말했다. “정말 통쾌하네. 지안아, 너도 속이 다 시원하지 않아? 잘난 척하던 연승훈이 드디어 제대로 당했잖아. 아까 그 얼굴 못 봤지? 콧구멍에서 연기 날 것 같더라니까.” 나는 대충 건성으로 맞장구쳤다. “응.” 그러자 도주은이 말했다. “지안아, 너 이번에 진짜 잘 잡았어. 고 대표님은 연승훈보다 훨씬 믿음직하고 집안도 부자잖아.” 나는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무슨 소리야? 내가 어떻게 우빈 오빠랑... 말도 안 돼. 괜히 이상한 얘기 하지 마. 오빠가 금방 오실 거야.” 도주은은 개의치 않았다. “뭐가 이상해? 너도 윤씨 가문의 외동딸이잖아...” 그때였다. “어이, 이게 누구야. 윤씨 가문의 아가씨 아니야? 여기서 뭐 해? 사람 기다려?” 알록달록한 꽃무늬 셔츠를 입은 건방진 청년이 몇 명을 거느리고 다가왔다. 남녀 할 것 없이 옷차림이 전부 유행을 한껏 따라간 모습이었고 나는 그들 뒤쪽 도로에 주차된 한정판 스포츠카 몇 대를 발견했다. 그중 몇 명은 차에서 막 내리고 있었다. 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린 채 인사를 건넨 남자를 바라봤고 도주은은 힐끔 보더니 귀띔했다. “저 사람은 이운학이라고 연승훈이랑 같이 노는 친구일 거야. 박서연 패거리 중 하나고. 신경 쓰지 말자. 워낙 같은 또래끼리 논다고 하잖아.” 이운학은 손에 든 차 키를 빙빙 돌리며 걸어왔고 그는 내 전신을 훑어보더니 눈에 놀란 기색을 띠었다. “어, 오늘은 되게 청순하게 하고 나왔네? 예전에는 화려한 화장에 촌스러운 스타일이라 진짜 별로였는데.” 오늘은 병원 검사가 있는 날이라 최대한 단정하게 입었고 좋은 옷은 다 연승훈의 집에 두고 나온 터라 번듯한 장신구 하나 없이 나왔다. 내가 대꾸하지 않자 이운학은 오히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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