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섣불리 고우빈과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그러자 고우빈이 불쑥 물었다.
“오늘 김민지랑 고민욱, 두 사람 왔었어?”
나는 뜻밖의 질문에 잠시 얼어붙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걔들이 뭐 기분 나쁜 말은 안 했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없어?”
내가 다시 한번 고개를 내젓자 고우빈은 한참 나를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
“그래. 올라가서 쉬어.”
나는 그를 보며 한동안 마음속에서만 외치고 있던 말을 어떻게 꺼낼지 고민했다.
그런데 고우빈이 뭔가를 느낀 건지 뒤돌아보며 물었다.
“왜? 어디 아파? 아니면 할 말 있어?”
나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말을 끝내자마자 재빨리 계단을 올랐지만 뒤에서 고우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민지 말은 듣지 마. 고민욱은 아예 신경 쓰지 말고.”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내가 일 정리되면 널 다른 데로 데리고 갈게.”
예상치 못한 말에 나는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여긴 사람이 많이 드나들고 복잡하니까.”
한참 망설이던 나는 결국 오후 내내 품고 있던 말을 꺼냈다.
“오빠, 나 사실 갈 데가 있어.”
내 말에 고우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주은이랑 같이 살면 돼.”
“안 돼.”
고우빈은 내 말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왜?”
늘 다정하던 고우빈의 말투에 날이 서 있었다.
“아무리 친구라도 널 잘 챙겨줄 수 있을 것 같아? 출근도 해야 하는데.”
나는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나는 누가 챙겨줄 필요 없어.”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고우빈의 단호한 목소리에 나는 더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그도 생각보다 훨씬 고집이 세다는걸.
그래서 나는 맞서서 말대꾸할 용기도, 힘도 나지 않았다.
그때, 고우빈이 벽에 걸린 그림을 흘깃 보더니 말했다.
“올라가서 쉬어. 내일은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내가 같이 집 보러 갈 거니까.”
나는 복잡한 마음을 안고 계단을 올랐다.
계단 모퉁이에 이르렀을 때, 아래에서 고우빈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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