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저기요.” 진슬기가 당황한 듯 한마디 내뱉었지만 곧 바로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가다듬었다. 여긴 공공장소에다 고우빈이 있는데 감히 무분별하게 나에게 무례한 비난을 할 수는 없었다. 분위기가 다시 한번 이상해졌다. 이번엔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고 음식이 하나둘씩 나올 때까지 조용했다. 고우빈은 내 앞에 있던 양갈비 접시를 가져가 자신의 앞에 놓고 정성스럽게 한 조각씩 잘라서 다시 내게 건넸다. 나는 지글지글 기름이 나는 양갈비를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고마워, 우빈 오빠.” 그러자 연승훈이 대뜸 이렇게 말했다. “지안이는 양갈비 안 좋아합니다.” 고우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네?” 연승훈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저흰 5년이나 부부로 지낸 사이입니다. 지안이가 좋아하는 걸 전 잘 알죠. 유지안은 양고기를 정말 싫어합니다.” 나는 은색 포크로 양고기 한 조각을 찍어 입에 넣으며 고우빈에게 말했다. “나 양고기 정말 좋아해.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 고우빈이 나를 보는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응, 알아. 네 오빠가 너 양고기 좋아한다고 말했었어. 역시 내 기억이 내가 틀리지 않은 것 같네.” 우리 둘의 대화에 연승훈의 표정이 삽시간에 변하더니 적대감 가득한 눈으로 고우빈을 노려봤다. “고 대표님, 지안이는 저한테 심술이 나서 일부러 저러는 겁니다. 양고기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연승훈은 자신의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그를 무시하고 양고기를 또 한 조각 맛있게 먹었다. 이내 고우빈은 느긋하게 말했다. “연 대표님, 혹시 이런 가능성은 생각해 봤나요? 지안이가 당신에게 양고기를 싫어한다고 말한 건, 그때 연 대표님이 싫어했기 때문 아닐까요?” 고우빈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연승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러다 얼마 후, 그는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물었다. “지안아, 예전에 내가 양고기 싫다고 한 이유가 그런 거였어?” 나는 고개를 숙이고 담담하게 말했다. “연 대표님, 전 기억을 잃었어요.” 내 말에 연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