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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오혜정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씩 웃으며 나를 한번 슬쩍 쳐다봤다. “아이고, 전 그런 뜻 아니었어요. 그냥 지안 씨가 너무 말랐다는 거죠.” 말하면서 빈 그릇과 수저를 들고 부엌으로 바쁘게 갔다. 나는 배가 너무 불러서 이 200평이 넘는 넓은 평수의 집 안을 빙글빙글 돌며 소화를 시켰다. 지루해서 부엌으로 갔더니 오혜정이 닭, 오리, 생선이 가득 담긴 큰 풀장을 보며 손을 놀리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아주머니, 이걸 다 저한테 해주시는 거예요? 저 혼자 저거 다 못 먹을 것 같은데...” 오혜정은 고개도 안 들고 대답했다. “당연하죠. 저녁에 고 대표님도 오셔서 같이 드실 거예요. 처음으로 대표님께 밥해 드리는 건 잘하는 요리 보여줘야 하잖아요?” 나는 또다시 멍해졌다. “오빠도 온다고요?” 오혜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네. 고 대표님 여기 안 사세요?” 나는 급히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아니에요! 오빠는 여기 안 살아요. 저랑 같이 살지는 않아요.” 오혜정은 개의치 않고 손을 흔들며 닭과 오리를 계속 손질했다. 나는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돌아와 설명했다. “아주머니, 고 대표님은 제 오빠예요. 친오빠가 해외에서 아직 안 돌아와서 저를 대신 돌봐주고 있어요.” 오혜정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고 계속 손질했다. 아마 그녀는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아 나는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만약 내가 20대 중반쯤 된 이혼한 여자라면 이런 작은 오해에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머릿속에 18살 순진한 소녀의 틀로 꽉 차 있어서 누군가 나를 오해한다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잔뜩 긴장하며 다시 설명했다. “아주머니, 저... 정말 오빠랑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나는 오혜정이 내 말을 더 믿게 하려고 이를 악물고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실 저 결혼했어요.” 오혜정이 마침내 바쁜 손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위아래로 나를 훑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음, 거짓말이죠?” 나는 얼른 대답했다. “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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