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장미 일곱 송이는 각각이 우아하고 단단하게 피어 있었다.
내가 꽃잎 하나하나를 천천히 관찰하는 그때, 도주은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지안아, 너 뭔가 느끼는 거 없어?”
“응?”
그녀는 내 얼굴을 가리켰다.
“거울 좀 봐.”
나는 어리둥절한 채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거울 속에는 창백하면서도 환하게 웃고 있는 내가 있었다.
눈은 반달처럼 휘어져 반짝였고 입가의 미소는 억누르려 해도 억눌러지지 않았다.
이 얼굴, 2주 전 병원에서 나올 때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때의 나는 기운 없고 눈에 생기가 없었으며 사람이 축 처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활기차고 기쁜 기운이 온몸에서 번져 나왔고 눈빛은 마치 별처럼 빛났다.
나는 얼떨결에 자기 얼굴을 쓰다듬었다.
“솔직히 말해. 이거 고 대표님이 보낸 거지?”
순간 정신이 든 나는 급히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그냥 전에 내가 단골이었던 가게에서 VIP 고객 생일 기념으로 보내준 거야.”
“진짜?”
나는 도주은이 더 캐묻지 않도록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도주은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야, 너 오늘 생일 아니잖아?”
“어? 아니야? 아, 내가 까먹었네. 뭐... 어쨌든 그 가게에서 행사를 해서 그냥 꽃 하나 받은 거야.”
말을 마치자마자 나는 얼른 그녀를 밀어내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밖에서는 오혜정이 지나가다가 도주은과 눈이 마주쳤다.
“쟤 뭔가 숨기는 거 맞죠?”
오혜정은 싱긋 웃었다.
“저도 방금 온 사람이라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고 대표님이 지안이한테 혹시 마음 있는 거 아니에요?”
오혜정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고 대표님은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정직한 분이에요. 다른 남자들하고는 달라요.”
도주은은 더 이상 묻지 못했다.
한편, 방 안에서 나는 조심스레 카드를 꺼냈다.
[새집 입주를 축하드립니다. 근심 없이 지내길.]
[고우빈이.]
유려한 필체가 마치 서예를 배운 사람의 그것처럼 힘이 있었다.
평범한 문구였지만 나는 곧장 책 한 권을 집어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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