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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이혼 얘기는 꺼내지 마

주민우의 전화는 예상보다 일찍 걸려 왔다. 서아린이 막 차에 올라탔을 때였다. 심유라를 싸고도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 서아린은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까지 신경 쓰이면 그냥 그 여자랑 결혼하지 그래? 이혼하자. 내가 자리를 비켜줄게.” 주민우는 그 말에 즉시 평정심을 잃었다. “서아린, 몇 번을 말했어. 형이 안 계시니 그 여자가 기댈 곳이 없어서 내가 형 대신 돌봐주는 것뿐이라고. 됐어, 소란도 피웠으니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게. 하지만 앞으로 이혼 얘기는 꺼내지 마.” 서아린은 단지 떠보려는 마음에 일부러 이혼을 거론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이 이토록 격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먼저 타협을 시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주민우는 그냥 넘어가겠다고 했지만 서아린은 순순히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 돈을 당신이 대신해서 갚겠다는 건가? 아니면 내가 직접 청구할까?” 주민우는 짜증을 냈다. “서아린, 우린 한 가족이잖아. 왜 이렇게 까다롭게 따져야 하는 건데!” ‘한 가족이라니.’ 그 단어를 듣자 서아린은 실소했다. 애초에 주민우는 그녀를 단 한 번도 가족으로 대했던 적이 없었다. 그녀는 단호하게 못 박았다. “예로부터 친형제 사이에도 돈 계산은 명확히 해야 하는 법이래. 심유라가 아주버님의 아내가 된 후, 우리 각자의 결혼을 기점으로 두 집안이 된 거야!” 주민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새어 나오는 억눌린 숨소리에서 서아린은 그가 꽤나 분노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할 말을 마친 후, 서아린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 10초도 채 되지 않아 휴대폰에 송금 알림 문자가 들어왔다. 1000억 5000만 원, 단 일 원도 빠지지 않았다. 역시 이혼은 그의 마지막 마지노선이었다. 설령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도 주씨 가문을 위해서, 심유라를 위해서라도 그는 이 결혼을 유지해야 했다. 그녀가 계속해서 가림막 역할을 하며 자신과 심유라의 부정한 관계를 덮어주는 방패가 되어주기를 바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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