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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의심

최순옥은 서아린을 재빨리 일으켜 세우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 할머니가 좀 봐줄게.” 서아린은 바닥에서 일어나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몸이 아무리 아파도 마음속의 절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최순옥은 묵묵히 감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찢어졌다. “아린아, 많이 힘들지? 걱정하지 마. 할머니가 살아 있는 한, 널 꼭 지켜줄게. 심유라가 나중에 진짜 아들을 낳아도 주씨 가문을 넘기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서아린은 최순옥의 손을 꼭 붙잡으며 감동을 금치 못했다. “할머니, 저 이렇게 잘 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집안에서 최순옥만이 진심으로 그녀를 대해주고 있었다. 서씨 가문에 일이 생겼을 때 첫 번째로 나선 사람도 최순옥이었다. 그동안 최순옥이 없었다면 주민우도 서씨 가문을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녀가 있기에 진선희가 평소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티는 내지 못하고 그저 뒤에서만 화풀이했다. 요 며칠 최순옥이 브리즈 리조트로 피서 가서 집을 비우자, 진선희는 심유라를 달래주기 위해 완전히 자신을 하녀처럼 부려 먹었다. 주민우를 곤란하게 하지 않으려고 참아왔지만, 오늘 고작 전복죽 한 그릇 때문에 모자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최순옥과 대화를 좀 나누다가 더 이상 외출할 마음이 사라진 서아린은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 들어갔다. 심유라가 진선희 모자와 함께 검사받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그녀의 휴대폰에 전송되었다. 영상 속에서 주민우는 심유라를 조심스럽게 부축하고 있었다. 누군가 지나가다가 부딪힐 뻔하자, 그는 다급하게 막아서며 심유라가 조금이라도 다칠까 봐 걱정했다. 두 사람은 가끔 귀에 대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정말 친밀한 부부처럼 보였다. 진선희는 바쁘게 돌아다니며 보고서를 챙겼다. 친절하고 상냥한 태도는 평소 서아린에게 대하던 쌀쌀맞은 모습과 전혀 달랐다. 그때, 서아린의 절친인 임예나가 전화를 걸어왔다. 방금 그 영상을 보낸 장본인이기도 했다. 서아린이 전화를 받자마자 욕설이 터져 나왔다. “오늘 내가 당직이라 마침 주민우랑 심유라를 마주쳤다? 모자가 얼마나 극진히 보살피던지, 이쯤 되면 애 아빠가 주민우는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야.” 서아린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진짜 그럴지도.” 진선희는 손자를 간절히 원했다. 이제 심유라가 임신했으니, 어차피 같은 피인데 누구의 자식인지를 굳이 따질 필요가 뭐 있겠는가. 임예나가 투덜거렸다. “만약 사실이라면 돌아간 남편이 관을 박차고 나올 거 같은데?” “그나저나, 심유라는 어때?” 예전엔 그래도 항렬을 따져서 예의상 ‘형님'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입 밖에 꺼내는 자체가 역겨웠다. 임예나는 산부인과 의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정보를 알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5분 후, 서아린은 심유라의 검사 결과지를 받았다. “별일 없어. 다만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좀 낮아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네.” 임예나는 말하고 나서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심유라 일주일 전에 검사받았던 것 같은데, 오늘 왜 또 온 거야? 심지어 주민우와 네 시어머니까지 총출동하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임예나는 서아린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절친이었다. 서로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고, 친자매보다도 감정이 더 깊었다. 그녀는 임예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서아린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임예나는 책상을 쾅 내리치며 일어섰다. “그거 완전 고의잖아. 네가 만든 전복죽만 먹을 수 있긴 개뿔! 그냥 널 하녀나 보모처럼 부려 먹으려고 일부러 그런 거야. 네가 더 이상 협조 안 하니까 너랑 시어머니 사이를 갈라놓고, 주민우의 동정심까지 사려고 하네?” 고의인지 아닌지 서아린은 관심이 없었다. “그나저나 이혼 얘기는 꺼냈어? 서명하겠대?” 서아린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아니, 아직.” 임예나는 답답한 듯 재촉했다. “왜 말 안 했어? 그 더러운 남자랑 새해까지 같이 맞이할 거야?” 서아린이 설명을 보탰다. “심유라와 불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가 꼭 필요해. 지금 얘기해도 절대 동의 안 할 거야.” 그들이 이혼하는 순간, 진선희 성격상 절대 가만히 있지 않고 바로 주민우에게 다른 여자를 찾아줄 가능성이 컸다. 천성이 얌전하고 순한 그녀는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보호할 수 있는 완벽한 방패가 되었다. 새로운 여자가 들어오면 당연히 편하게 만남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다. 임예나도 생각해보더니 수긍했다. “그럼 이제 어떡해? 계속 질질 끄는 건 좀 아니잖아.” 서아린은 화면 속 남녀를 바라보며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어쨌거나 이혼합의서는 의도치 않게 이미 사인했거든. 효력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렇구나.” 임예나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나 오늘 저녁 쉬니까 나가서 술 한잔하자!” 서아린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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