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어머니에게 자식의 행복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었다. 서아라는 차건우의 가식적인 태도에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그가 사람을 다루는 솜씨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딸인 자신조차도 서윤정을 저토록 만족스럽게 만들 순 없었다.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는 순간, 서아라의 얼굴에서 모든 미소가 사라졌다. “오늘 밤은 다른 데서 자. 내일 아침에 엄마한테 일 때문에 먼저 나갔다고 할게.” 외투를 벗던 차건우가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 “뭐라고?” 서아라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협조해 줘서 고맙지만 지금 우리가 함께 지내는 건 적절하지 않아.” “왜 그렇게 생각해?” “우린 곧 이혼할 사이니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건우가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서아라, 우리가 아직 법적으로 유효한 부부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줘야겠어?” 서아라는 담담하게 받아쳤다. “곧 끝날 사이야.” “서아라.” 차건우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꿰뚫듯 바라보았다. “이혼을 이렇게까지 서두르는 걸 보니 설마 벌써 새 남자라도 생긴 거야?” 서아라는 어이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 차건우는 입꼬리를 비틀었지만 눈에는 웃음기라곤 없었다. “고서준. 혹시 그 사람 때문이야?” 서아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차건우를 바라보다가 이내 비웃음을 터뜨렸다. “미친놈.”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 너 같은 놈들만 있는 줄 아나 본데, 난 너처럼 결혼한 상태에서 바람피우는 짓은 안 해.” 차건우는 오히려 목소리를 낮췄다. “고서준이 나타나기 전까진 넌 날 집에 돌아오게 하려고 협박까지 했어. 그런데 그 사람이 나타난 이후로는 계속 이혼만 요구하잖아.”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서아라의 턱을 잡았다. 눈빛에는 위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서아라, 언제부터 그 사람이랑 연락한 거야?” 서아라는 그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차건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서아라!” 하지만 그녀는 전혀 흔들림 없이 그의 눈을 똑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