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3화
“지도가...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이때 하늘빛이 점점 저물었고, 차건우의 잘생긴 얼굴은 그늘에 가려 표정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여기가 성 안이라고 해도 무슨 일이 안 생긴다고 장담 못 하지.”
차건우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맑고 차분했고 파문 하나 없었다.
서아라는 살짝 멍해졌다.
‘경계심이... 이렇게나 강한 사람이었나?’
“만약 네가 선택한다면 오늘 밤 연회에 안 갈 거지?”
차건우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조금 돌렸다.
엷은 달빛이 머리 위에서 내려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의 검은 눈동자에 내려앉았다. 그에게 한 겹 부드러움을 더해 주는 듯했다.
물처럼 옅은 달빛이 또렷한 윤곽을 감싸 순식간에 아주 부드러운 착각을 일으켰다.
“만약은 없어.”
차건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네가 오고 싶다니까 내가 같이 오는 거지.”
서아라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몇 초 동안 멍하니 바라봤다가 곧 시선을 거두었다.
“정원 좀 구경하자.”
차건우는 더 말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이끌어 후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통령의 정원은 서아라가 본 어떤 정원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녀는 예전에 여러 나라의 유명 정원을 다녀 봤지만 T국의 정원과는 아예 급이 달랐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 초록의 식생은 정교하고 말끔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산들바람이 스치자 마음까지 맑아지는 향이 번졌다. 마치 꽃의 바다에 잠긴 듯 취할 만큼 말이다.
스쳐보기만 해도 후원에는 보기 드문 기이한 화초가 수없이 심겨 있었다. 서아라는 가끔 경매장에서 본 적이 있는 것들이었다. 싼 건 수백만, 비싼 건 수천만은 했다.
누군가는 꽃 한 주에 수천만이라니 터무니없다 하겠지만 사실 귀한 품종은 실제로 그 정도 값이 붙었다.
차건우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묻었다.
“이 꽃들 좋아해?”
서아라는 정신을 거둬 남자를 올려다봤다.
“아니. 흔치 않아서 좀 본 것뿐이야.”
지금 둘의 관계에서 좋다고 말하면 그는 정말 구해 올지도 모른다. 그가 이 관계를 고치려 한다는 걸 그녀는 모르는 게 아니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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