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7화
차건우의 검은 눈동자는 한없이 고요했고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마치 이 돌발적인 상황이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듯이 말이다.
그의 표정은 그 누가 봐도 너무 평온했다.
만약 천아연이 바로 눈앞에 서 있지 않았다면 누구도 그와 이 상황을 연결 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외모와 기품만 놓고 보면 그는 천아연과 충분히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멀찍이 서 있던 스무 명의 후보자들조차 그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빛을 잃었다.
천아연은 그중에서 괜히 선택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서아라는 천아연을 바라보더니 저도 모르게 주먹을 살짝 움켜쥐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큰 손이 그녀의 손을 단단히 감싸 쥐자 서아라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시간이 늦었어.”
차건우는 서아라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여기 볼 것도 없는 것 같으니 일찍 돌아가는 게 어때?”
서아라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차건우는 서아라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
“이봐요!”
천아연은 눈빛이 확 변하더니 차건우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당신을 제 남편으로 선택했다고요. 제 말 안 들려요?”
“들었어요.”
천아연의 눈빛이 아직 누그러지기도 전에 차건우는 말을 덧붙였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차건우의 냉정한 반응에 천아연은 그의 수묵화처럼 뚜렷한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조금 전과 똑같은 말투, 똑같은 표정으로 그는 단 한 순간도 자신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심지어 그렇게나 많은 사람 앞에서 그녀의 체면을 조금도 세워 주지 않았다.
천아연은 겨우 억눌렀던 화가 다시 치밀어 올라 정교하고 작은 턱을 치켜들며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는 T 국이고 그것도 대통령 총 부에요. 총부의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해요.”
천아연의 말에 차건우의 표정은 여전히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지키지 않으면요? 어떻게 하실 건데요?”
그는 어떻게 할 건지를 물었지 어떻게 하려고 하냐고 묻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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