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4화
“그랬어요?”
서민준의 목소리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무능한 사람만이 감정에 휩쓸리는 법. 그는 심가은을 믿었고, 근거 없이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
“지금 호텔 입구로 가서 기다릴게요.”
“좋아요.”
그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름없다는 걸 확인한 심가은이 긴 숨을 내쉬었다.
‘민준 씨가 날 의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심가은은 아직 서민준과 연인은 아니지만 혹시나 그가 질투심에 사로잡혀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는 그녀를 온전히 믿고 있었다.
통화를 마치니 휴대폰 화면에 빨간 배터리 아이콘이 깜박였다.
보조 배터리를 꺼내려 가방을 뒤졌지만, 그마저 호텔에 두고 온 모양이었다.
심가은은 고개를 들어 조심스레 물었다.
“호텔까지 얼마나 남았죠?”
운전기사가 짧게 답했다.
“대략 십몇 분이면 도착할 겁니다.”
그녀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이상했다. 오는 길과 풍경이 다른 것이었다.
“길을 잘못 드신 거 아닌가요?”
그 말에 운전기사가 태연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이쪽도 호텔로 가는 길 중 하납니다. 좀 돌아가긴 하지만 막히는 것보다야 낫죠.”
자연스러운 대답이었지만 심가은의 가슴 한쪽은 여전히 불안으로 떨렸다.
그녀가 핸드폰으로 지도를 확인하려는 순간 화면이 까맣게 물들었다. 완전히 방전된 것이었다.
도로는 점점 어두워지고 인적도 아예 끊겨버렸다. 심가은의 눈동자가 갈피를 잃고 흔들렸다.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심가은이 낮게 물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말과 동시에 그녀가 손을 뻗어 가방 안을 더듬었다. 손끝에 닿은 건 호신용 스프레이.
운전기사는 심가은이 이 상황을 눈치챘다는 걸 알고도 아무런 동요 없이 속도를 높였다.
차가 미친 듯이 도로 위를 질주했다. 심가은은 휘청이는 차체에 저도 모르게 머리를 문에 부딪쳤다.
눈앞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안 돼...”
그녀가 혀를 깨물며 정신을 붙잡았다. 혼절하면 모든 게 끝이었다.
납치, 불법 매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