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9화
심가은은 퇴원 후 곧장 일에 매달렸다.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 그날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가끔은 꿈속에서도 그날이 찾아왔다. 백이현에게 팔목을 잡혀 도망치지 못하던 순간, 그의 얼굴엔 가면이 벗겨진 듯한 광기가 어려 있었다.
그날 그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 같았다.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 채 물건처럼 다뤄졌던 그 감각은 불로 찍은 상처처럼 가슴속에 남았다.
그 굴욕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심가은은 자신이 병들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혼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항우울제 처방을 받아 복용했다.
아직 돌봐야 할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너질 수는 없었다.
한편, 백이현은 여전히 법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
검사 결과 심가은의 몸 안에서 어떤 흔적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끝까지 저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죄는 성립되지 않았다.
미수로라도 다투고 싶었지만, 그는 끝까지 “그녀가 자발적으로 왔다”고 우겼다.
“서로 원한 일이었다”는 그 말에, 심가은은 다시 한번 구역질이 났다.
서민준이 중간에서 힘을 썼어도, 그는 고작 가벼운 처벌로 끝날 게 분명했다.
심가은은 그 순간 100억 원의 빚을 떠올렸다.
이대로 끝날 바엔, 그 돈이라도 없애야 했다. 결국 백이현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다시 마주한 순간, 심가은의 숨이 멎는 듯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눈빛엔 후회와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가은아... 내가 정말 미안해.”
심가은은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 남자는 언제나 모순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혹한 사람처럼 굴더니, 지금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다.
이혼까지 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그의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심가은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나 너랑 얘기 좀 하고 싶어. 내가 고소를 취하하면... 네가 100억 원의 빚을 갚아줄 수 있어?”
그 돈이 원래 그의 함정이었다는 걸 알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당연하지.”
백이현이 빠르게 대답했다.
“그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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