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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장미숙의 말은 심가은의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 심가은에게 백이현은 이미 과거였다. 어머니의 방으로 가보니 백이현이 어머니의 발을 씻겨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심가은은 저도 모르게 피식 비웃었다. 지난 3년 동안 심가은은 백이현의 발을 여러 번 씻겨줬었다. 지금 어머니의 발을 한 번 씻겨준다고 해서 그리 감동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의 이런 행동에 쉽게 넘어간 것 같았다. 문득 백이현이 참 교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를 이용해 그녀를 굴복시키려는 속셈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오히려 더 질리게 만들 뿐이라는 걸 백이현은 모르는 걸까? 집으로 들어왔지만 심가은은 침실에서 잘 생각이 없었다. 다행히 별장에 빈방이 많아 아무 방이나 골랐다. 심가은과 백이현이 각방을 쓰는 걸 본 신정민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너 고집이 왜 이렇게 세? 이현이랑 크게 싸운 것도 아니고 그냥 툭 터놓고 얘기하면 풀릴 텐데. 자꾸 이렇게 억지 부리면 나중에 후회하는 수가 있어.” 신정민이 완전히 백이현의 편에 서자 심가은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결국 신정민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엄마, 이현 씨한테 첫사랑이 있는 거 알아? 육체적인 바람을 피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적 바람은 무조건 피웠어.” 하지만 신정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 말하는 거지? 이현이가 다 말해줬어. 그냥 친한 친구일 뿐이라고. 그 여자랑은 남녀 사이의 감정이 절대 없다고 했어. 그리고 네가 싫어하니까 앞으로 거리 둘 거라고 약속했어.” 심가은이 코웃음을 쳤다. “거짓말은 아주 그럴싸하게 잘하네요.” 그녀는 백이현이 주서연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없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다리가 회복되자마자 백이현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주서연을 찾으러 랜든으로 날아간 것이었다. 신정민은 계속 그녀를 설득했다. “설령 둘이 과거에 뭐가 있었다 해도 젊었을 때 첫사랑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다 지난 일이야.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이현이랑 잘 지내도록 해.” 백이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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