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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게다가 백이현은 요즘 들어 심가은의 일까지도 꼼꼼히 챙기며 안부를 묻고 세심하게 살펴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정하게 배려하는 백이현의 모습에도 심가은의 마음속에는 기쁨이라곤 한 점도 없었다. 그녀가 느낀 건 오직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과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뿐이었다. 3년의 결혼 생활을 떠올려보면 예전의 백이현은 언제나 차갑고 무정했다. 그의 마음은 늘 주서연에게 묶여 있었고 그녀와는 끊어낼 수 없는 애매한 관계를 이어왔다. 그리고 그 주서연 때문에 백이현은 심가은을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 깊은 상처를 입혔다. 결국 심가은은 단호하게 이 결혼을 끝내기로 했다. 이제야 백이현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혼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백이현은 심가은의 어머니를 핑계로 삼아 그녀가 이 숨 막히는 집을 떠나지 못하게 계속 압박했다. 이 생각에 심가은의 얼굴에는 조금 피곤한 기색이 스쳤다. 심가은은 백이현과 다시 잘해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완전히 끝내고 다시는 마주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필요 없어. 오늘 밤엔 안 돌아가.” 심가은의 목소리는 얼음조각처럼 차갑고 단호했다. 백이현은 미간을 찌푸렸고 그의 눈빛에 잠시 불쾌함이 번졌다. “그럼 어머님께 널 설득하라고 할 수밖에 없겠네. 가은아, 너도 알잖아. 어머님 이번 달 건강검진 날이 곧 다가온다는 걸. 우리 사이의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병원 가는 게 늦어져서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어머님이 우리 문제 때문에 자기 몸을 챙기지 않는 걸 정말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 만약 어머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 마음은 편할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심가은은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마음속으로 백이현을 뻔뻔스럽기 그지없다고 욕했지만 어머니의 건강을 생각하니 차마 화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겨우 한 마디를 짜냈다. “알았어, 갈게.” 글자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말했고 그 속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백이현은 기분이 좋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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