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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용서를 구하다

“어느 손으로 재이를 때렸으면 그 손을 스스로 잘라내도록 해.” 냉혹한 목소리에 소유나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그녀는 바닥에 놓인 과일칼을 바라보고 동공이 갑자기 확장되더니 두 눈이 공포로 뒤덮였다. 그녀는 허둥지둥 머리를 저었다. “안 돼요, 그냥 뺨 한 대 때렸을 뿐이에요.” “한 대 때렸을 뿐이라고?” 고태겸의 눈동자에 칼날 같은 광휘가 스치더니 사방을 옥죄는 살기가 고동쳤다. 얇은 입술을 꽉 깨물어드린 그의 모습은 인간의 온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나도 그냥 네 손 하나만 요구했을 뿐이야.” 소유나는 공포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면서 마지막 생명줄이라도 잡은 듯 고은찬의 옷소매를 움켜쥐었다. “은, 은찬 오빠, 제발 구해줘요! 손을 잃을 순 없어요. 이 모든 것은 오빠 때문이에요.” 이 순간 그녀의 눈꼬리에 맺힌 이슬은 가식적인 연기가 아닌 뼛속까지 파고든 공포의 증거였다. 그녀는 고태겸이 단순한 협박을 넘어선 진심이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고은찬이 눈살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삼촌, 예전에 재이가 먼저 유나에게 손을 댄 적이 있어요. 오늘 일로 그간의 일은 덮어두시죠.”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얼굴에 또 한대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은찬 오빠!” 소유나는 고태겸이 고은찬을 발로 걷어차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모습을 보고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고태겸의 눈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고 마치 광포한 사자처럼 분노에 차 있었다.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그동안 바로 이런 식으로 재이를 괴롭혔던 거였어?’ “저와의 일은 저와 해결해요! 은찬 오빠를 더 이상 때리지 마세요.” 주먹을 움켜쥔 고태겸의 모습을 보고 순간 망설이던 소유나는 고은찬의 앞으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떨림과 공포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고은찬은 자신을 감싸는 소유나를 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따뜻한 감동이 피어올랐다. 그러나 의자에 앉아 자신이 맞는 모습을 냉정하게 지켜보는 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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