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화 꺼져
심재이의 미간이 스치듯 좁혀지고 눈빛에 짜증이 번졌다.
“내가 누구를 만나든 누구를 피하든... 그건 너랑 아무 상관 없어.”
“그럼, 아까 삼촌 만난 건 인정하는 거네?”
고은찬이 눈을 가늘게 찌푸리며 낮게 물었고 표정은 이미 잔뜩 굳어 있었다.
“방금... 삼촌 차에 있었지?”
“무슨 말 하는 건지 모르겠네.”
심재이가 차갑게 한마디 던지고 돌아서려는 순간, 손목이 다시 그의 손아귀에 붙들렸다.
“고은찬,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심재이의 목소리에 분노가 묻어났고 눈가마저 붉어졌다. 고은찬의 시선이 매섭게 그녀를 훑었다.
“너랑 삼촌이 언제 그렇게 친해졌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둘이 따로 만날 정도로 가까워진 거야?”
그의 눈빛에는 날 선 의심과 불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심재이는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불쾌감을 꾹 눌러 담으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건 할아버지가 삼촌한테 부탁하셔서 그래. 나 좀 챙겨달라고.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봐. 이제 됐어?”
고은찬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그렇다면... 말이 되긴 한데...’
고광진이 심재이를 특히 아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고 늘 친손녀처럼 대했으니까.
고태겸은 원래 가족에게도 담백하다 못해 차가운 사람이었다. 할아버지인 고광진을 빼면 친아버지나 조카인 고은찬에게도 남 대하듯 했다.
‘심재이와는 몇 번 얼굴을 본 게 전부인데 설마 좋아할 리가 있나. 나이 차이도 꽤 나는데. 아마 할아버지 부탁 때문에 챙겨준 거겠지.’
고은찬은 스스로 그렇게 합리화를 했지만 눈 속의 먹구름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 임유찬은? 학교 다닐 때부터 너한테 관심 보였잖아. 둘이서 연탄 연주 대회도 나갔었고. 너 다시 피아노 치겠다고 학교 돌아온 게 혹시 걔랑 관련 있는 거야?”
심재이의 눈에 짙은 불쾌감이 번졌다.
“고은찬, 제발 네 더러운 생각으로 날 판단하지 마. 난 그저 내 꿈을 다시 좇으려고 돌아온 거야. 누구랑도 상관없어.”
“꿈?”
고은찬이 비웃듯 짧게 웃었다.
“근데 돌아온 첫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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