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 결혼하고 싶다
심재이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전 괜찮아요. 사실... 희연 씨 말도 틀린 건 아니에요. 예전에는 저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앞뒤를 못 가렸으니까요.”
강주영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곧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재이야, 사실 난 네가 연애하는 걸 반대하진 않아. 지금도 네가 은찬이와 다시 함께하겠다고 한다면 화낼 생각 없어. 다만 네가 진심으로 다시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면 난 언제든 기회를 줄 거야.”
“선생님, 저와 고은찬은 이제 절대 불가능해요. 서로 가치관이 달라서... 끝까지 함께 갈 수 없는 사이라는 걸 알았어요.”
심재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림 없는 단호함이 배어 있었다.
그 대답에 강주영은 그녀가 정말 마음을 접었다는 걸 확신했다. 심재이는 워낙 고집이 센 성격이라, 한 번 마음을 굳히면 바꾸기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로 고은찬에게 마음이 완전히 다친 게 분명했다.
강주영은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기운 내. 앞으로 더 좋은 사람도 만날 수 있을 거야.”
심재이는 옅게 웃었다.
“지금은 그럴 생각 없어요. 그저 피아노에 집중하고 싶어요. 한림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강주영은 문득 고태겸이 떠올라, 다시 심재이를 바라봤다.
“재이야, 오늘 태겸이 봤어?”
심재이는 잠시 눈을 깜빡이며 머뭇머뭇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봤어요.”
“무슨 얘기는 안 하던?”
차 안에서의 애매한 공기를 떠올린 심재이의 귓불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러나 표정은 담담하게 유지하며 말했다.
“그냥, 잠깐 몇 마디 나눴어요.”
강주영은 가볍게 미간을 좁혔다.
‘태겸이, 제법 참고 있네.’
“선생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심재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니야. 그냥 물어본 거야.”
강주영은 슬쩍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이마가 벌겋게 부었네. 교내 의무실에 같이 가자.”
“괜찮아요. 얼음찜질만 해도 금방 가라앉을 거예요. 희연이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까, 너무 화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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