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진성훈.”
동생의 눈에 빛이 생겼다.
“얼른 언니에게서 저 사람들 떼어내 줘!”
진성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이곳에 있는 모두를 훑어보고는 백혜미에게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백혜미는 바로 태세 전환하면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성훈 오빠, 이 여자가 가짜 인장을 들고 오빠 동생인 척하고 있었어요.”
진성훈은 그제야 강지연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미간을 구겼다.
“강지연, 대체 언제까지 이럴 셈이야? 은서가 그동안 전부 다 참아줬다고 이젠 선까지 넘는 거냐?”
“참아줬다고?”
강지연은 화가 난 것인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사람들 앞에서 나한테 모욕을 준 게 누군데! 그리고 언니가 만들어준 인장도 가짜라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내가 선을 넘었다고? 우리 언니와 약속했잖아! 날 잘 챙겨주기로! 그런데 왜 우리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저런 여자의 말을 믿고 날 괴롭히는 건데?”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손은서는 바로 진성훈의 팔에 팔짱을 꼈다.
“나야말로 성훈 오빠의 친동생이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잖아!”
나는 어느새 피로 가득 물든 얼굴로 싸늘하게 진성훈을 보았다. 그럼에도 진성훈은 손은서의 편을 들어주며 달랬다. 동생은 다급해져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언니가 돌아왔어. 이제 와서 우리 언니한테 어떻게 말할 셈이야?”
진성훈은 그제야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내 얼굴을 본 순간 그의 두 눈에는 놀라움으로 가득했지만 이내 지워졌다.
“강지연, 네 언니는 이미 죽었어. 닮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연기하면 내가 속을 줄 알아?”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절로 코웃음이 났다. 집에서 키우던 개가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도리어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가.
“진성훈, 정말로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진성훈은 눈빛이 심하게 떨리며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내 턱을 들어 올린 후 한참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어딘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얼마 지난 후 그는 내 얼굴에 난 상처를 조심스럽게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닮긴 했네... 이 상처만 없었어도 내 곁에 두었을 거야. 그런데 지금은 쓸모가 없어졌지. 아쉽게 됐네.”
그는 내 얼굴에 난 상처를 보며 아주 많이 아쉬워했다. 꼭 내 얼굴을 통해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는 듯했다.
“아무리 닮았다고 한들 소용없어. 어차피 강하진은 더는 이 세상에 없으니까...”
말을 마친 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 여자는 혜미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백혜미는 기세등등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나를 웃음거리로 여기는 듯했다.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건장한 남자들이 다가와 내 옷을 찢기 시작했고 동생은 거칠게 테이블로 끌려갔다. 그러자 테이블 위에 가득했던 카드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로 이때, 다시 한번 문이 벌컥 열리며 커다란 나이트클럽을 뒤집어 놓았다. 나의 비서가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비서의 등 뒤로 수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비서는 죄송한 어투로 내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오는 길에... 일이 생겨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