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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건우는 누구한테 홀리기라도 한 듯 저도 모르게 유 씨네 별장으로 향했다. 유 씨네 별장은 별장이라지만 사실은 낡은 양옥집이다. 낡은 집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지은 3층짜리 아파트로서 실제 빌라 단지와는 거리가 멀다. 고개를 든 그는 문득 가연의 방에 불빛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어? 가연이 집에 있네? 호진한테 간 거 아니었어?" 그의 눈빛에는 마치 죽어가던 사람이 강심제 주사를 맞고 살아난 것처럼 다시 희망이 보였다. 그는 속으로 수옥의 말을 다 믿어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년은 자기가 화를 참지 못하고 저절로 이 집을 떠나게 하려고 어떤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황급히 문으로 달려들어 갔다. 소파에 앉아 사람들과 화상 채팅을 하며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수옥의 모습이 보였다. 콧노래도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이를 본 건우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이 여편네가 딸이 다시 재혼할 거로 생각하고 아주 마음을 놓고 있네? 만리상맹의 위협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건우를 본 수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집에 돌아올 낯짝이나 있는 거야? 내일이면 내 딸과 이혼하겠는데, 어서 썩 꺼지지 못해?" 건우는 그녀를 무시한 채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가연이가 방에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안 그러면 절대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찰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건우은 문을 쾅쾅 두드렸다. "가연아, 문 좀 열어봐. 안에 있는 거 알아. 할 말이 있어." 수옥은 그 뒤를 맨발로 따라 올라와 건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 병신새끼야, 어서 꺼지지 못해? 누가 널 위층으로 올라가라고 허락했어? 올라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내가 가연을 꼭 만나봐야겠어요." "무슨 헛소리야, 너한테 말하지 않았어? 가연인 임호진한테 갔다고, 지금쯤이면 아마 아이 를 가졌을지도 몰라. 그러니 너, 치근덕거리지 마. 내 딸이 임 씨 그룹 사모님이 되는 걸 막으면, 내가 널 아주 찢어버릴 테니!" 건우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만약 이 속물인 장모님이 지금 내 몸에 거의 일 조나 지니고 있고, 또 만리상맹도 내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또 어떤 낯짝을 할까?’ . 하지만 그는 잠시 장모에게 비밀로 하기로 했다. 이후에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궁금했다. 찰칵! 방문이 열렸다. 가연이 어두운 표정으로 눈앞에 나타났다. "엄마,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누가 임호진과 잤어요? 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이 소문이 퍼지면 내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 말하는 사이에 지연도 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건우을 쳐다봤다. 가연이 화를 내자 수옥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난 그저 하루빨리 건우더러 단념하고 더 이상 너한테 매달리지 말라고 그랬을 뿐이야." 건우는 가연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은 것을 알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아직 늦지 않았다. "가연아, 너 호진이랑 안 엮였다니, 나 지금 너무 기뻐." ’나도 지금부터 다시 분발해야겠어. 주변 사람들을 보호할 자본이 생겼으니 나도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거야!! 가연아, 지난 열 달 동안, 네가 나를 계속 돌봐 주었으니,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내가 네 버팀목이 될게!’ 그러나 무언가를 생각하며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건우를 바라보는 가연은 자책과 실망, 그리고 분노를 느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웃음이 나와?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왜 웃어? 오늘은 임호진과 안 잤지만, 내일은 아마 그의 침대에 있을지도 몰라! 너 지금 매우 기쁘지? 그렇지?"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내가 이제부터는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나도 인정해, 지난 열 달 동안 내가 마치 방향을 잃은 바다속의 작은 배처럼 흐리멍덩하게 지냈다는 걸! 나는 여기서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 꼭 하고 싶어, 그리고 고마워,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하지만 지금 나도 다시 일어섰어! 이젠 나에게도 너를 보호 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무슨 만리상맹의 김 도련님인지 뭔지 내 눈에 쓰레기와 다름없어. 내가 반드시 복수해줄 테니 걱정하지마. 내가 앞으로 너를 위해 비바람 막아줄 테니, 이제부턴 아무도 널 괴롭힐 수 없을 거야." 철썩! 옆에 서 있던 수옥이 갑자기 한창 격동된 말투로 말하고 있는 건우의 뺨을 후려쳤다. "너 무슨 귀신이 붙기라도 한 거 아니냐? 머리가 돌았어? 정말 정신 나갔구나! 만리상맹의 김 도련님이 쓰레기라고? 왜 네가 만리상맹의 회장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래? 당장 이 집에서 꺼져! 난 미친놈이 이 집에 같이 사는 것이 도무지 시름 안 놓여, 한밤중에 무슨 미친 짓을 할지 누가 알아?" 건우은 수옥을 쏘아보았다. 당장 자기가 만리상맹의 주인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말해봤자 이들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마치 아까 일만 억 원이 있다고 말했을 때 가연이가 뺨을 한 대 때린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사실 입장 좀 바꿔 생각해보니, 좀 믿기 어렵긴 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나서 차분히 말했다. "가연아, 나한테 하루만 시간을 줘, 날 한번 믿어봐! 내가 다 해결할 수 있어, 우리 아빠 친구가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거든, 네가 낮에 낸 그 돈 임호진한테서 받은 거 맞지? 내가 지금 당장 가서 그놈한테 돌려줄게." 그는 말을 마치고 나서 호진을 찾아가려고 했다. "너 거기 서! 가지 마!" 가연이 입을 열었다. "가연아, 내가 부탁하는데 날 한 번만 믿어줘 봐. 호진이한테 가지 말고! 나한테 딱 하루만 시간을 줘, 응? 내가 증명할게! 만약 내가 할 수 없다면, 그땐 이혼해도 괜찮아. 하지만 그 돈은 절대 가지면 안 돼, 그럴 필요 없어." 가연은 그를 한동안 쳐다봤다. 느낌에 그가 정말 예전과 좀 다른 것 같았다. "임호진에게 일억 원을 달라고 한 게 아니고, 그 돈은 내가 결혼반지를 팔아 마련한 거야," "뭐라고?" 건우는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할 뻔했지만, 그 돈이 호진에게서 가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다시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누구한테 팔았어? 내가 금방 가서 찾아올게." 가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팔 땐 일억원이지만, 다시 사려면 두 배는 줘야 할 것 같아. 이것은 아마 우리의 운명을 뜻하는가 봐, 이 결혼도 끝나가는 거야! 건우 너도 이제 정신 차려, 헛된 꿈만 꾸지 말고, 앞으로 내가 없더라도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랄게." 그녀는 돌아서서 문을 닫았다. 눈을 감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니, 나 허락 못 해! 누구한테 팔았는지만 말해줘, 내가 가서 당장 사 올게! 두 배, 세 배가 들더라도 내가 사 올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 우리 결혼은 절대 끝나지 않았어!" "만성 주얼리."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 기다려, 꼭 기다려!" 지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정말 단단히 미쳤구나, 자기에게 백억쯤이라도 있는 것처럼 구네." 수옥은 건우를 집 밖으로 내쫓았다. "내일 여기서 말하는데, 내일 당장 가연이와 이혼해! 네가 감히 가연이가 임씨 집에 시집가는 것을 막다니, 나에게 맞아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만성주얼리로 갔다. 만성주얼리는 강주에서는 제일가는 보석 상가이고 강주 한 곳에만 열고 지점이 없어서 찾기가 아주 쉬웠다. 지금은 저녁 여덟 시 반인데, 다행히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 들어가 보니 손님들이 꽤 있었다. 위아래 모두 3층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온갖 보석과 진귀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는데 총가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면적이 크고, 그만큼 보안시설도 잘되어있다. 건우가 막 점원을 찾아가 물어보려 할 때 마주오고 있는 남녀와 마주쳤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방금까지 병원에서 만났던 전 여친 지은이였다. 지은도 그를 보고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금세 가까이 다가와 놀리는 말투로 비꼬았다. “어머머, 나 오늘 개똥이라도 밟았나? 왜 또 이 개똥 같은 녀석을 만났지? 너 같은 거지녀석이 여기 와서 뭐 해? 여기 보석을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해?" 지은은 간호사 옷을 벗고 매우 섹시하고 요염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그녀는 양복 차림의 느끼하고 뚱뚱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몸 절반이 남자 몸에 매달려 있었다. "내가 살 수 있든 없든,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내가 뭐랬어? 난 단지 너한테 귀띔해줄 뿐이야. 네 엄마 병 치료하는데 쓴 돈도 네 아내가 몸 팔아 구해온 돈 이라는 걸 말이야. 너 혹시 그 수술로 선물을 사서 마누라를 즐겁게 해주려고 하는 건 아니지? 빨리 돌아가서 마누라의 발 씻은 물이나 마시는 게 오히려 좋을 거야! 여긴 너 같은 가난뱅이가 올 곳이 아니야!" "내가 돈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 네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바로 저걸 살 테니 두 눈으로 똑똑히 봐!" 그는 광고판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목걸이를 가리켰다. “만인의 연인” 가격: 6.000.000.000!!! 이 목걸이에 담긴 함의는 ‘영원한 사랑’이었다. 지은은 이런 건우를 보며 큰소리로 비웃었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네가 저걸 사면, 난 무릎을 꿇고 너의 발바닥을 핥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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