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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냥 말해. 대체 뭘 입으라는 거야?” 임지현은 더 고르지 않겠다는 듯 선택권을 그에게 넘겼다. 목소리에는 분명한 피로가 묻어 있었다. 육현재는 망설이지 않았다. 옷방으로 들어가 한 줄로 걸린 원피스들을 훑어보더니, 재단이 단정하고 길이가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원피스 하나를 골라 들었다. “이게 낫겠다. 너한테 잘 어울려.” 임지현은 말없이 그 옷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더 말 붙일 틈도 주지 않은 채 탈의실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기척에 고개를 돌린 임지현은 속옷 차림이었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에서 피부가 희미하게 드러나 보였다. 육현재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손바닥이 아랫배에 닿는 순간 그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지현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숨결이 목선을 따라 내려오며 짧은 전율을 남겼다. 임지현은 문득 생각했다. 육현재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굴 때가 있다고.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아무런 경계도 없이 다가와 붙잡고 놓지 않으려 들 리가 없었다. “육현재, 시간 좀 봐.” 그녀는 숨을 고른 뒤 차분히 말했다. “이러다 이윤이 등원 시간 늦어.” 그의 움직임이 멈췄다. 잠시 머뭇거리던 손이 천천히 허리에서 떨어졌다. “오늘은 일정 없어. 이윤이 데려다주고 와서 같이 쇼핑하러 갈까?” 문밖으로 밀려난 뒤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먼저 해야 할 것부터 하고 얘기해.” 임지현의 말투는 단호했다. 그녀는 문을 닫고 나서야 짧게 숨을 내쉬었다.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 내내, 이윤이는 임지현의 품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육현재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조차 찾지 못했다. “엄마, 오늘은 이윤이 좀 일찍 데리러 와 주면 안 돼요?” “그래. 저녁에 뭐 먹고 싶어? 엄마가 해줄게.” “진짜죠?” 이윤이는 눈을 반짝였다. “이윤이는 엄마가 해주는 갈비찜이 제일 좋아요!” 아이의 몸이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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