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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이틀 내내 임지현은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으로 버텼다. 밤마다 깊이 잠들지 못한 채 번번이 깨어났고 꿈속에는 늘 이윤이 울면서 엄마를 부르는 장면뿐이었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곁에서 고요하게 잠든 육현재가 눈에 들어왔다. 사랑했고 증오했고 이제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 그녀의 원수. 가끔은 통제할 수 없는 상상이 스쳤다. ‘지금 이대로 목을 조르거나 조용히 독을 타면 이 모든 고통이 끝나지 않을까? 하지만 그다음은? 그렇게 해서 정말 아무 죄책감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임지현은 육현재를 사랑도 해 봤고 미칠 듯이 미워도 해봤다. 지금 그녀의 바람은 단 하나, 아이와 함께 조용한 삶을 사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육현재는 보이지 않는 그물처럼 그녀를 단단히 옭아매고 있었다. ‘이 끝없는 악연은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까?’ 휴대폰 화면이 켜지며 새벽 네 시를 가리켰다. 육현재가 제시한 이틀이라는 기간이 끝났으니 오늘이면 이윤이 돌아와야 했다. 아이의 안전을 확인한 뒤에야 임지현은 자신의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 임지현은 소리를 죽인 채 아래층으로 내려가 불도 켜지 않고 거실 소파에 몸을 웅크렸다. 어둠이 그녀를 감싸안았다. 이 잠깐의 암흑이 마치 육현재의 통제에서 벗어난 안전지대처럼 느껴졌다. 막다른 길에 몰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결코 한때 진심으로 사랑했던 육현재를 해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두 번째 육현재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임지현은 이 감옥 같은 삶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왜 이런 선택은 나의 몫인 걸까? 나는 그저 평온한 삶을 바란 평범한 여자였을 뿐인데.’ 임지현은 부엌으로 다가가 위스키 한 병을 꺼냈다. 짙은 색의 액체가 잔을 따라 흘러내렸다. 알코올이 목을 태웠지만 팽팽히 당겨졌던 신경은 조금 느슨해졌다. 한 잔, 또 한 잔. 몸은 점점 가벼워졌지만 마음의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다. 날이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 임지현은 소파에 기대다 못해 카펫 위로 미끄러져 앉았다. 곁에는 빈 술병이 나뒹굴고 담요에는 술 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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