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심해원은 다시 어두운 눈빛으로 변했고, 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한유설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만 느꼈을 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헬리패드 근처에서 별장까지는 차로 대략 30분 정도 걸렸고, 그 사이 한유설은 심해원의 차 안에서 함부로 둘러보지도, 말 걸지도 못했다. 차 안 분위기는 조용하면서도 미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유설 씨 고향이 자람시에요?” 어두운 차 안에 다시 심해원의 중저음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유설은 그가 자기 고향을 묻는 것이 의외였다. 그녀는 확실히 자람시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한유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자람시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한유설이 심해원에 대한 첫인상은 처음 온 날 그가 술에서 깨어나 차갑던 모습이었다. 그녀를 쳐다보기도 싫어서 나가라고 할 정도였다. 그 후에 그와 함께 아틀리에에 갇혔을 때, 그림 하나를 그려줬었는데 지금까지도 보지 못했다. 최근에 그와 있었던 접점은 어느 날 아침 심해원이 그 방이 그녀가 사는 방인지 물었을 때였다. 그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방금 마주쳤을 때의 눈빛과 좀 비슷했는데 그녀가 위험한 기운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한유설은 그것이 착각임을 알았다. 심해원은 비록 차갑긴 해도 그녀를 해치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제대로 된 설명을 주겠다고 했을 때 그렇게 놀란 거였다. 분명 한유설을 그렇게 싫어하는데 말이다. 그만큼 일을 처리할 때 원칙이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그의 듣기 좋은 목소리에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다음에 유설 씨 고향에 한번 가보고 싶어요.” 한유설은 그가 예의상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유명한 관광지와 가까워서 경치가 정말 아름다워요.” 현생에도 똑같은 곳이 있었는데 전생과는 다르지만 경치가 모두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심해원은 곁눈으로 그녀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감상했다. 어두움조차 그녀의 아름다움을 가릴 수 없었다. 한유설이 고향 풍경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