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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너무 아파...’ 들개에게 물어뜯기는 고통 속에서 간신히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멀지 않은 곳의 벚꽃 나무 아래에서 내 남자친구 진서후가 다른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눈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옆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서후랑 서영이 완전 선남선녀야. 너무 잘 어울려.” “서후한테 여자친구가 있다던데?” “얼마 전에 서후가 직접 말했어. 이미 헤어졌다고. 지금 솔로니까 서영이랑 만나도 문제 될 게 없지, 뭐.” 지난 생에 나는 이 말을 듣고 분노가 끓어올라 바로 달려가 신서영의 뺨을 때리고 진서후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그냥 졸업 사진을 찍는 거라며 내가 억지를 부린다고 욕했다. 심지어 나더러 신서영에게 사과하라고 해서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게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덤덤하게 웃기만 했다. 왜냐하면 다시 태어났으니까. 나의 시선을 눈치챈 진서후는 황급히 신서영과 거리를 두더니 매력적인 두 눈을 살짝 찡그리며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나야, 여긴 어떻게 왔어? 나랑 서영이 아무 사이도 아니야. 오해하지 마.” 신서영도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우리 다 같은 반 친구잖아. 졸업이라 서후랑 기념사진 몇 장 찍고 싶었을 뿐이야.”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곧 졸업인데 기념사진 찍는 거야 당연하지. 이해해, 이해해.” 신서영의 얼굴에 나타났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행이야. 혹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했어.” 나는 적극적으로 진서후와 신서영의 손을 맞잡아주고는 너그럽게 말했다. “같은 반 친구끼리 사진 찍는 건 당연한 거지. 나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니야. 계속 찍어. 방해 안 할게.” 신서영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진서후와 서로 마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심지어 약간 겁먹은 것 같기도 했다. 진서후와 나는 기저귀 차던 시절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였다. 졸업하면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고 양가 어른들도 모두 동의했다. 그런데 진서후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신서영을 사랑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미 4년이나 몰래 사귀었지만 나만 바보처럼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나는 졸업 후 그와 결혼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다 나중에 진서후와 신서영의 관계를 알게 됐다. 신서영은 심지어 진서후에게 음악 대회에 나가면 헤어지겠다고 협박했다. 진서후의 앞날이 걱정됐던 나는 이 일을 폭로했다. 결국 그의 부모님이 신서영을 경한시에서 내쫓았고 진서후는 부모님에게 심하게 혼났다. 그 일로 나에 대한 원한이 극에 달한 진서후는 나에게 복수하려고 일부러 무릎까지 꿇으면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의 설득에 마음이 약해진 나는 결국 그와 결혼했다. 그런데 신혼 첫날 밤 진서후가 사람들을 시켜 나의 순결을 짓밟아버렸고 심지어 나의 추한 사진까지 인터넷에 퍼뜨렸다. 그 후 신서영의 손을 잡고 돌아와 내가 아무리 매달려도 아무도 원치 않는 여자라고 공개적으로 모욕했다. 이번 생에는 절대 그런 일이 또 일어나게 두지 않을 것이다. 결혼식 날 진서후에게 잊지 못할 서프라이즈를 선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숙사로 돌아와 앞으로의 계획을 진지하게 세우기 시작했다. 사업이든 파혼이든 지난 생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되었다. 나는 구인 사이트를 열어 괜찮은 회사가 있는지 찾아봤다. 그때 진서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유나야, 나 괜찮은 회사 하나 찾았어. 같이 이 회사 다니지 않을래? 같은 회사 다니면 서로 챙겨줄 수도 있고 좋잖아.] 그러고는 바로 지원서를 보냈다. 애신 그룹이라는 회사였는데 겉으로 보기엔 괜찮았지만 실상은 내부가 썩어 문드러진 곳이었다. 직원들을 착취하고 밤낮없이 야근을 강요했다. 지난 생에 나는 이 회사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다. 그를 철석같이 믿었기에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넣었다. 나는 순조롭게 입사에 성공했다. 그런데 진서후는 신서영과 함께 그의 삼촌네 회사로 들어갔다. 아주 자유롭게 지내는 건 물론이고 나중엔 삼촌의 자원을 이용하여 창업까지 성공했다. 내가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자 진서후는 집안에서 정해준 거라 어쩔 수 없었다고 둘러댔다. 사실 이 모든 건 신서영이 뒤에서 부추긴 것이었다. 이번 생에선 절대 신서영의 뜻대로 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속으로 다짐하면서 이렇게 답장했다. [그래!] [내가 진짜 잘 챙겨줄게, 유나야.] 참으로 위선적인 말이었다. 그나저나 진서후의 삼촌 진수혁은 미래에 세계 최고 부자가 된다. 훤칠한 외모에 뛰어난 능력, 사업계에서 손만 뻗으면 하늘을 가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의 덕을 톡톡히 본 진서후도 나중엔 부자 랭킹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생엔 나도 진수혁의 덕 좀 봐야겠어.’ 문득 진수혁의 회사 나경 그룹이 떠올랐다. 지금은 이름이 덜 알려졌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회사였다. 미리 들어가면 나중에 원로 직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나경 그룹 홈페이지를 열었다. 비서 및 여러 직무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는 곰곰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지원서를 넣었다. 이젠 소식만 기다리면 되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려 확인해보니 룸메이트 성다예가 보낸 메시지였다. [온유나, 내가 술집에서 누굴 봤는지 알아? 네 남친 봤어!] [방금 우리 과 퀸카랑 뽀뽀하는 거 봤다고!] [빨리 와!] 성다예는 사진까지 보냈다. 사진 속 술집 조명 아래에서 신서영의 하얀 얼굴은 반짝이는 진주 같았다. 물기 어린 피부에 웃을 때 입꼬리에 얕게 패인 보조개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진서후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듯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문득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나는 진서후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늘 그에게 헌신적으로 대했다. 그가 동쪽으로 가라고 하면 절대 서쪽으로 가는 법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진서후의 부모님은 그의 성인식 선물로 차를 사줬다. 그는 신나게 나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나갔다. 그러다 교통사고가 났고 나는 그를 지키기 위해 몸으로 그를 감쌌다. 찰과상만 살짝 입은 진서후와 달리 나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등에 흉터까지 남았다. 그때 진서후는 감동에 젖어 내 손을 잡고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온유나, 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널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나는 그 말을 믿었고 그 후 그에게 더 잘해줬다. 하지만 진서후는 나의 헌신을 당연시하며 점점 더 뻔뻔해졌다. 왜냐하면 그가 무슨 짓을 하든 나는 꾹 참기만 했으니까. 정신을 차리고 씁쓸하게 웃으면서 성다예에게 답장을 보냈다. [신경 쓰지 마. 걔가 누구랑 키스하든 상관없어.] 성다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 남친이야! 졸업하면 결혼할 사이인데 이걸 참아? 너 보살이야?] 참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미 완전히 죽어버렸다. 이번 생에선 진서후를 말리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이루어줄 생각이다. 성다예가 일을 크게 키울까 봐 한마디 덧붙였다. [오해하지 마. 서후가 미리 나한테 얘기했어. 진실게임에서 져서 어쩔 수 없이 한 거야.] 성다예: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나중에 둘이 침대에서 뒹굴어도 게임에서 졌다고 하면 그냥 넘어갈 거야?] 성다예가 화가 난 건 알겠지만 문제는 나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진서후가 이미 자신이 솔로라고 떠벌리고 다니는데 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수밖에. 성다예: [너 너무 약하게 굴지 마! 벌써 이러는데 나중에 결혼하면 너만 고생할 거라고.] 나는 단호하게 답했다. [난 서후를 믿어. 다예야, 네가 날 걱정해서 이런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건 나랑 서후의 일이야. 걱정 안 해도 돼.] 성다예: [알았어. 나중에 울지나 마.] 성다예가 나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이번 생에 울 사람은 진서후와 신서영일 것이다. 밤 10시쯤 부모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졸업을 축하하러 학교에 오겠다면서 진서후와 상의해 식당을 예약하라고 했다. 진서후에게 이 얘기를 전하자 여느 때처럼 나더러 알아서 하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나는 싸늘하게 웃고는 내가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라고 중얼거렸다. 어느덧 기숙사 통금 시간이 거의 되었다. 신서영은 몰래 재벌 2세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리고 그들 모두 여자친구가 있어 공개하지 못하기에 그녀의 더러운 짓들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진서후와 데이트한 후에도 또 다른 남자와 데이트했다. 저렇게 사는 게 안 피곤한가? 통금 시간 직전 신서영이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기숙사에 나타났다. 얼굴에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고 목에 한 전 세계 한정판 목걸이가 눈에 띄었다. 예전에 내가 진서후에게 이 목걸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가 바빠서 까먹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다른 사람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신서영은 나를 힐끗 보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뭐야? 나한테 따지러 온 거야?”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신서영과 진서후가 나에게 미안한 짓을 했고 신서영이 나를 연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 일도 없는데 내가 왜 너한테 따지겠어? 너야말로 찔리는 게 있어?” 신서영이 어색하게 웃으며 귀 옆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그럼 왜 여기서 길을 막고 있어?” “나랑 서후 졸업하면 바로 결혼할 건데 아직 신부 들러리가 없어서 말이야. 너랑 나 그래도 친하잖아. 들러리 부탁해도 될까?”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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