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나는 진수혁이 보내준 주소를 따라 그를 찾아갔다.
진수혁의 집은 경한시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
입구에서 경비가 쉽게 들여보내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진수혁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가 직접 경비실에 얘기해줘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호수를 확인하고 벨을 누르자 문이 열리며 은은한 삼나무 향이 코끝을 스쳤다.
익숙한 향, 바로 진수혁의 냄새였다.
그는 짙은 남색의 가운 차림으로 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소매는 반쯤 걷어 올려져 굵은 핏줄이 드러났고 입꼬리는 가볍게 올라가 있었다.
방금 샤워를 마친 듯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려 목덜미를 타고 옷깃 속으로 사라졌다.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이 오히려 묘하게 유혹적이었다.
나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눈앞에서 손이 두어 번 흔들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유나야, 왜 멍하니 서 있어? 안 들어올 거야?”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머쓱하게 웃으며 화끈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려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진수혁의 집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인테리어는 간결했다.
흑백 톤의 소파와 카펫, 테이블 위 화병 속 붉은 장미 한 송이가 유독 눈에 띄었다.
진수혁은 자리에 앉아 내게 물 한 잔을 건네며 부드럽게 웃었다.
“조금 기다려야 할 거야. 아직 저녁을 못 먹었거든.”
그제야 부엌에서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나는 목을 길게 빼고 기웃거려 봤지만 안쪽은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요, 삼촌. 저도 오늘은 아무 일정 없으니까 기다릴게요.”
“그래.”
진수혁이 부엌으로 향하자 나도 조심스레 따라가 문가에 섰다.
190cm에 가까운 큰 체격은 그냥 남색 가운 하나 걸쳤을 뿐인데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뚜껑을 열자 흰 김이 훅 피어오르며 진한 닭고기 향이 주방을 가득 메웠다.
샤브샤브를 잔뜩 먹고 왔는데도 나는 본능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삼촌의 요리 솜씨는 어떨까? 조금 맛만 보면 안 되나?’
내 시선을 느낀 듯 진수혁이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빛나는 눈매가 별빛처럼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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