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그때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는 진수혁을 방해할까 봐 핸드폰을 들고 급히 거실 밖으로 나왔다.
“유나야, 뭐 하고 있길래 아직도 안 들어와?”
“엄마, 오늘 야근해야 해서 지금 삼촌 집에 있어요.”
“뭐라고? 왜 그 집에서 야근을 해? 무슨 일인데? 혹시 이상한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엄마의 목소리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과 걱정이 뒤섞여 있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상사의 집에서 야근한다는 게 쉽게 이해될 일은 아니었다.
“내일 당장 써야 할 원고가 있는데 제가 제대로 작성을 못 해서... 삼촌이 고쳐주신다고 해서 온 거예요. 엄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삼촌은 믿으셔야죠. 날 어릴 때부터 지켜봐 준 사람이잖아요.”
엄마는 그제야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진수혁이 아닌 다른 남자였다면 분명 눈에 불을 켜고 반대했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 그래도 오늘 밤엔 들어올 거지? 시간이 너무 늦었다. 들어올 거면 꼭 데려다 달라고 해. 늦은 밤에 여자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해.”
시계를 슬쩍 보니 어느새 밤 열 시가 넘어 있었다.
뒤돌아보니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 집중하는 진수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창밖 도시의 불빛이 유리창을 타고 들어와 그의 옆모습을 비추자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얼굴선은 꼭 중세 유화 속 인물 같았다.
솔직히 말해 진수혁에게 계속 신세를 지는 건 마음이 불편했다.
“그때 가서 상황 보고 결정할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들어올 거면 늦지 않게 들어와. 알았지?”
“알겠어요.”
나는 전화를 끊고 한참 생각하다가 다시 서재로 향했다.
진수혁이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조명 아래, 그는 은은한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누구야?”
“엄마요. 빨리 들어오시라고 하네요.”
“그럼 들어가야지. 데려다줄게.”
“아직 원고도 못 고쳤는데...”
그는 무심하게 노트북 화면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
“걱정하지 마. 원고일 뿐이잖아. 못 고쳐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되지.”
진수혁은 그렇게 말하며 무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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