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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우리 부모님도 미소를 지었고 특히 엄마는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서후가 유나 몰래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그런 거였구나. 난 또... 서후야, 마음은 고맙지만 옷을 너무 많이 샀어. 이렇게 돈 낭비하면 안 돼.” 윤성희가 쇼핑백을 살펴보더니 화려한 드레스인 걸 보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목은 좀 있네. 옷들 다 예쁘구나. 이제 두 사람 음악 대회에 나간다며? 그때 유나가 이 드레스를 입으면 무조건 모두를 압도해버릴 거야.” 진서후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억지로 미소를 쥐어짰다. 지금 아마 이따가 신서영에게 뭐라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신경 쓰는 건 음악 대회였다. 진서후가 비록 인성에는 문제 있지만 재능만큼은 뛰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독보적인 음감을 보여줬다. 그가 커버한 노래들은 원곡보다 훨씬 더 듣기 좋았다. 윤성희는 진서후를 위해 음악 학원을 여러 군데 등록했고 나는 그를 따라다니며 같이 배웠다. 어릴 때부터 함께 음악을 배우긴 했지만 나는 음악에 재능이 없었다. 반면 진서후는 무대에만 오르면 대형 콘서트를 여는 듯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학창 시절 그를 짝사랑하는 여학생들이 아주 많았다. 그를 음악 왕자라 불렀고 러브레터를 주기도 했다. 여학생들의 고백을 받으면 진서후는 항상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미안한데 나한테는 이미 유나가 있어서 받아줄 수 없어.”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네가 쓴 곡들 전부 유나를 위해 쓴 거야?” 그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생에 진서후는 음악 대회에 나가 신서영을 위해 쓴 노래를 불러 우승을 차지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여러 음악 회사에서 그와 계약하려 했고 그 노래의 저작권을 거액에 사 갔다. 진서후는 계속해서 노래를 써내며 수억 원을 벌었다. 그리고 그 돈은 나중에 그가 창업에 성공하는 밑거름이 됐다. 나는 그 대회에 참가했지만 아쉽게도 결승에 가지 못했다. 지난 생에 신서영은 억지를 부리며 진서후의 음악 대회 출전을 막았다. 그때 나는 진서후가 대회에 불참하려는 이유가 신서영 때문인 줄도 모르고 진심으로 그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설득에 실패하자 결국 그의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나중에 그의 부모님이 억지로 끌고 가서야 겨우 대회에 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참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었다. 다들 진서후가 나에게 주려고 산 옷들이라 생각했기에 나의 부모님과 윤성희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다 같이 즐겁게 사진을 찍자고 재촉했다. 옷 사이즈를 확인했는데 전부 사이즈가 맞지 않아 입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입으면 신서영은 무조건 진서후와 크게 싸우고 심지어 헤어지려 할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절대 헤어져서는 안 되고 영원히 붙어있어야 한다. 나는 일부러 툴툴거리며 옷을 뒤적였다. “이 옷들 다 별로야. 입고 싶지 않으니까 도로 가져가.” 진서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안 입을 거야?” 그의 목소리에 기쁨은커녕 충격만 가득했다. 왜냐하면 지난 몇 년 동안 그가 주는 건 뭐든지 다 좋아했으니까. 심지어 신서영이 버린 물건도 나는 좋아하는 척했다. 엄마가 내 옷을 잡아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 성격 좀 고쳐. 서후가 좋은 마음으로 사준 건데 기분 좋게 받아야지. 이러면 서후 상처받아.” “엄마, 진짜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 “너 정말...” 엄마가 한숨을 내쉬더니 진서후에게 웃으며 말했다. “서후야, 이렇게 마음 써줘서 너무 고마워. 나랑 유나는 네 마음 다 알아.” 진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힐끗 쳐다봤다. 무슨 생각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이어지는 사진 촬영에서 진서후는 억지로 우리와 함께 찍었다. 촬영 내내 계속 메시지에 답장하며 정신을 딴 데 팔았다. 신서영이 화가 나서 달래는 중인 듯한데 문제는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몇 번이나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지만 윤성희가 허락하지 않았다. “조금만 참아. 몇 장만 찍으면 끝나.” 진서후가 너무 안쓰러워 보여 결국 내가 나섰다. “이모, 그냥 화장실에 보내주세요. 생리 현상 같은 건 참기 힘들잖아요.” “진서후, 유나가 널 얼마나 챙겨주는지 봐봐. 이렇게 좋은 애 눈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까 결혼하면 잘해줘야 해. 알았어?” 진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꼭 그럴게요. 그럼 저 먼저 가요.” 가면서 나를 힐끗 돌아봤다. 미안함의 눈빛일까, 고마움의 눈빛일까? 물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진서후와 신서영이 잘 지내면 그걸로 충분했다. 사진을 찍고 기숙사로 돌아와 잠시 침대에 누워 쉬다가 다시 일어나 기타를 꺼냈다. 음악에 재능은 없지만 노력은 부족함을 채워줄 것이다. 이번 음악 대회에서는 지난 생처럼 일찍 탈락해선 안 되었다. 최소한 결승까지 가서 몇백만 원의 상금이라도 받고 싶었다. 며칠 동안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나경 그룹에서 보낸 면접 통지 메일을 받았다. 신이 나서 면접 준비를 시작했고 룸메이트들에게 옷을 골라 달라고 부탁했다. 내 옷을 본 성다예가 생각에 잠기더니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온유나, 이 옷들 좀 촌스러워.” ‘촌스럽다’는 말이 심장에 꽂혔다. “촌스럽다고?” “못 믿겠으면 지혜나 다른 애들한테 물어봐.” 다른 룸메이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면접에 이렇게 애처럼 유치하게 입으면 어떡해. 성숙한 스타일로 입어야지.” 성다예가 나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면접이 얼마나 중요한데. 내 옷 빌려줄게. 이 샤넬풍 원피스가 너한테 딱일 것 같아.” 그러고는 자기 옷장에서 연한 파란색 원피스를 꺼냈다. 디자인이 단정하면서도 세련됐다. “빨리 입어 봐.” 내가 옷을 갈아입자 성다예가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거 꽤 괜찮네.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 같아. 날 믿어. 이번 면접 무조건 성공할 거야.” 그 말에 자신감이 샘솟았다. 택시를 타고 나경 그룹에 도착해보니 면접 보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순간 긴장감이 몰려왔다. 그런데 이곳에서 진서후와 신서영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대놓고 애정 행각을 벌이며 깔깔대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은 그들이 연애 중인 커플일 거로 생각할 것이다. 내가 못 본 척하고 재빨리 지나가려던 그때 진서후가 먼저 나를 불렀다. “온유나?” 이젠 도망칠 수도 없어 억지로 미소를 쥐어짰다. “서후야...” 진서후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이 옷 언제 샀어? 전에 못 보던 건데. 꽤 예쁘네.” 그러자 신서영이 눈을 흘겼다. 사실 이런 스타일의 옷을 오늘 처음 입어봤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룸메이트 옷 빌린 거야. 나한테는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왜 룸메이트 옷을 빌려 입어?” “그게...” 나는 살짝 당황한 나머지 어색하게 웃었다. 애신 그룹에 간다고 했는데 나경 그룹의 면접을 보러 온 게 들통나게 생겼다. ‘그나저나 들키면 어때? 겁날 것도 없는데.’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면접 보러 왔어. 마땅한 옷이 없어서 룸메이트한테 빌린 거야.” “면접?” 진서후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고 신서영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온유나.” 진서후가 눈썹을 찌푸리더니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우리 같이 애신 그룹에 가기로 하지 않았어? 어떻게 약속을 어기고 몰래 우리 삼촌네 회사에 면접 보러 올 수 있어? 너무한 거 아니야?” 속으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날 먼저 속인 건 넌데 왜 피해자처럼 굴어?’ 나는 일부러 의아한 척하며 눈을 깜빡였다. “그럼 너랑 서영이는 여기서 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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