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나는 더 이상 듣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오래 있을수록 들킬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었다. 나는 서둘러 핸드폰을 쥐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진수혁은 입구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곁에 걸린 빨간 등불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어 각진 얼굴선이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 그가 나를 보자 긴장되어 있던 눈살이 조금씩 펴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됐어?”
“차에 타서 말할게요!”
차에 오른 후 나는 녹음 파일을 진수혁에게 들려주었다.
진수혁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조용히 있었고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으며 가늘고 긴 검은 눈동자에는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런 말은 누가 들어도 화가 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진수혁은 진씨 가문 사람이었다.
신서영이 심지어 진수혁의 돈까지 뜯어내려고 했으니 그녀는 정말로 큰코다친 격이었다.
모두를 바보로 만들 셈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해가 갔다.
나는 진수혁에게 위로를 건넸다.
“삼촌, 화내지 마세요. 우리는 이미 서영이가 무슨 속셈인지 알았으니 다음 대책을 생각해 봐요.”
진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트에 기대었고 표정은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웠다.
내가 물었다.
“삼촌,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먼저 이모와 아저씨에게 말씀드려야 할까요?”
지금 녹음 증거가 있으니 꽤 힘 있는 증거가 된 셈이다.
이 녹음을 유성희와 진태현에게 들려주면 그들도 믿을 것이다.
만약 일이 커진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
이제 손에 증거가 있으니 신서영이 다시 감히 나와 성다예를 협박한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진수혁이 승낙할 줄 알았는데 그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나는 의아해하며 눈을 깜빡였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진수혁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어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가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그 온화함은 마치 밤바다와도 같았다.
“유나야, 이건 진시 가문의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나에게 맡겨.”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수혁의 말이 맞았다.
나는 이미 진서후와 약혼을 파기했고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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