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화
송서아는 접시가 그 작은 진동에도 뒤로 2센티미터쯤 흔들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평소에는 온화하고 예의 바르던 사람이라 느닷없이 화를 내니 그 위압감은 더 크게 느껴졌다.
송서아는 입술을 아주 살짝 깨물었다.
정연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고 접시 위의 장미 식초 참조기의 비릿한 냄새가 덩달아 훅 코끝으로 밀려왔다.
원래대로라면 감칠맛이 돌아야 할 생선이었지만 지금 송서아의 코에는 유난히도 역한 비린내만 나는 듯했다.
송서아는 불편함에 미간을 찡그리는데 정연희가 목소리 톤을 한껏 높여 말했다.
“김원우! 너는 그 수법으로 나와 네 아버지를 속이려 들지 마라. 우리는 그런 수작에는 넘어가지 않아.”
송서아는 김원우를 슬쩍 훔쳐보았다.
어딘가 너무 태평하고 느긋해 보여서 송서아가 대신 속이 타는 기분이었다.
얼른 나서서 해명하여 김태혁과 정연희의 분노를 식혀드려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막 입을 떼려는 순간 김원우가 송서아 앞을 가로막았다.
“그럼 제 수법 대신 이 자연산 참조기나 많이 드세요. 주방에서 얼마나 애를 먹어 겨우 구해온 건데요.”
김원우의 태도가 여전히 장난스러워 보이자 김태혁의 화도 덩달아 치밀어 올랐다.
김태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이혼하겠다는 거냐? 이혼 서류는 벌써 떼어 놓은 거야?”
그제야 김원우는 느긋하게 젓가락을 내려놓고 김태혁과 정연희 쪽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어머니, 식사는 식사고, 서아가 아직 여기 있어요. 서아도 배가 고플 텐데 식사 후에 말씀 나누시죠?”
정연희는 속에서 천불이 나는 듯했다.
김태혁과 세계 여행을 하며 한창 즐겁던 차에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강정숙에게서 두 사람이싸우고 이혼하려 한다는 전화를 받았고 김씨 가문의 전용기를 타고 곧장 돌아왔다.
어떻게든 이혼만은 막아보려 했지만 전용기를 타고 도쿄에서 급히 날아왔어도 이미 늦어버린 모양이었다.
“서아를 핑계 삼아 우리를 속이려 들지 마라. 이건 네가 피한다고 피해질 일이 아니야.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너는 아직도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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