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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허가윤의 눈빛은 평소와는 달랐다. 그녀는 사과를 깎고 있는 박유준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박유준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동작을 멈추고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왜요? 설마 아까 손 다쳤어요?” 박유준은 이불을 걷어내고 그녀의 손에 상처가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박유준은 고개 숙여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허가윤의 표정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 “어디 안 좋아요?” 허가윤이 멈칫하더니 박유준의 품을 파고들면서 말했다. “네. 밤새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박유준은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는 허가윤의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회사 일 때문에 바빴죠.” 허가윤은 다시 박유준의 품을 파고들며 애교부렸다. “회사 일이 저보다도 중요해요?” 박유준은 고개 숙여 허가윤의 눈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가윤 씨가 더 중요하죠.” 허가윤이 또 말했다. “배 속 아이 때문에 제가 더 중요한 거예요?” 박유준은 멈칫하다가 바로 부정했다. “그럴 리가요. 배 속에 아이가 있든 없든 저한테는 똑같이 중요한 사람이에요.” 허가윤은 그제야 웃으며 박유준의 어깨에 기댔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묘한 경고가 섞여 있었다. “서준 씨는 영원히 제 남편일 수밖에 없어요. 지금도. 미래에도.” ... 다음 날 아침 일찍. 폭우가 지나가자 날이 유난히 맑았다. 송서아는 커튼 틈 사이로 비춰들어 온 눈이 부신 햇살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젯밤 꿈은 뭔가 유난히 달콤한 느낌이었다. 무의식중에 송서아는 아직도 송씨 가문에 있는 줄 알았다. 그녀는 기지개를 켜다가 갑자기 송씨 가문 침실 방향이 달라서 이렇게 눈 부신 햇살이 들어올 리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깜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자 시야에 들어오는 건 값비싼 그림이었다. 어젯밤 일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이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깨어나셨나요? 아침 드실래요?” 바로 김씨 가문 가정부의 목소리였다. 송서아는 사방을 둘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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