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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배진우는 눈앞의 불길을 보며 얼마 전 저택에 불이 났던 일을 떠올렸다.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고 그는 곧장 법의학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는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목적지를 저택 쪽으로 돌렸다. 내비게이션을 켠 뒤, 그는 차 안에 음악을 틀었다. 첫 전주가 흐르자 선우연은 어떤 노래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어릴 적 자신이 울음을 터뜨릴 때, 배진우가 달래주며 불러주던 동요였다. 음정은 맞지 않았지만 그의 저음 목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따뜻함이 있었다. 배진우가 수년간 자신에게 건네준 온기에 선우연은 어느샌가 흐려졌고 그 따뜻함에 잠식되어 영원히 함께할 수 있으리라 믿게 되었다. 그 노랫소리 속에서 선우연은 비로소 잠깐의 평온을 얻었다. 그리고,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배진우는 김미정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마음이 다른 데 쏠려 있는 채로 무심히 받았다. “여보세요.” “진우 씨, 선우연에게 아주 좋은 묘지를 하나 골랐어. 나랑 같이 보러 갈래?” 지금 이 순간, 그는 선우연에 대한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배진우는 이마를 찌푸리며 냉랭하게 말했다.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돼.” 그리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시 걸려온 김미정의 전화도 받지 않고 차단해버렸다. 한편, 김미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서둘러.” 그녀 앞에 놓인 건 이미 싸늘해진 선우연의 시신이었다. 거구의 사내 몇 명이 그녀의 시신을 끌어 작은 방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김미정은 돈뭉치를 건네주고는 손을 휘저어 그들을 내보냈다. 그 시각, 법의학자에게서 배진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대표님, 누군가 시신을 옮겼습니다.” “저희는 모두 정신을 잃었고,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이 말을 들은 배진우는 곧장 공포에 휩싸였다. “거기 계세요, 금방 도착합니다.” 급하게 핸들을 꺾으며 배진우는 끊임없이 경적을 울렸다.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한 기세로 차를 몰았고 가슴 속 분노는 그를 더욱 거칠게 만들었다. 코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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