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이어진 형벌은 채찍질이었다. 채찍이 배진우의 몸을 내리칠 때마다, 살을 가르며 생긴 핏자국이 빗물 아래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흰 셔츠를 타고 흐른 피는 땅바닥에 고이기까지 했다.
비는 점점 세차게 내렸고 허공에 떠 있는 선우연은 채찍에 선명히 새겨지는 상처들을 지켜보며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불안한 듯 허공에서 조심스레 맴돌았다.
이상 기운을 감지한 스님은 급히 사람을 시켜 향로를 밀어오게 했다. 향로에 굵고 짧은 향 몇 가닥을 꽂자마자 바로 불을 붙였다. 향이 타기 시작하자 진한 연기가 피어오르지만, 장대비가 그 향을 순식간에 꺼뜨려 버렸다.
스님은 다급히 다시 향을 갈아 끼운 뒤, 우산을 들고 막아가며 재차 불을 붙였다.
불꽃이 살아나는 순간, 퍼져 나간 연기는 선우연의 콧속으로 들어왔다.
무색무취한 연기였지만 왠지 모르게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정신이 흐릿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어 들려온 것은 끝없이 감기는 염불 소리였다. 스님은 손에 쥔 염주를 굴리며,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염을 외우기 시작했다.
왕생 진언이었다.
한편 배진우는 고열과 전기 고문, 질질 끌려 다닌 충격으로 이미 기력이 바닥나 있었다.
연기가 점점 짙어질수록 선우연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 거센 힘이 그녀를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더니 눈을 떴을 때, 그녀 앞엔 얼굴 가득 기쁨을 머금은 배진우가 서 있었다.
“연아! 연아, 내가 보여?”
배진우가 벅찬 목소리로 외쳤지만 선우연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다리부터 살폈다.
배진우가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그제야 자신도 허공에 떠 있는 걸 알아챘다.
“연아... 미안해. 나 곧 갈게. 너랑 같이 있고 싶어.”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고개만 돌려 그를 외면했다.
조급해진 배진우는 본능적으로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연아... 나 좀 봐줘. 널 못 본 지 너무 오래됐어.”
“너무 보고 싶었어.”
거의 울먹이며 뱉은 말이었다. 그제야 선우연은 그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차디찬 목소리였다.
“날 찾지 마세요. 당신이랑 마주치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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