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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아빠와 딸

유수진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아직 어린 아이한테 독감은 큰 병이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이 병원으로 가기 위해 콜택시를 예약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핸드폰을 보고 나서야 핸드폰이 고장 났다는 게 생각이 났다. 그녀는 바로 관리실과 연결된 인터폰을 찾았지만 그것 또한 배터리가 없었다. 너무 오랜만에 이 집에 온 것이라 배터리가 다 소진된 것 같았다. 충전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필이면 오늘 그녀는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 일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그녀는 택시를 타고 다녔다. 이동하는 길에서 틈틈이 일을 처리할 수 있었으니까. 연우는 건강한 아이였고 지금까지 아픈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마음이 너무 조급해졌다. “주이찬.” 문득 그가 떠올랐고 유수진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아이를 안고 안전한 통로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는 얼굴 인식이라 자신이 사는 층까지만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유수진은 안전 통로를 통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발목이 아직 낫지 않은 그녀는 아이를 안고 있어서 몇 번이나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주이찬, 주이찬.” 유수진은 급히 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야?” 방 안에서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 좀 병원에 데려다줄 수 있어? 아니면 콜택시라도 불러줘.” 그녀는 울먹이며 애원했다. 문이 갑자기 열렸고 집 안은 어두컴컴했다. 복도의 밝은 빛이 남자의 꼿꼿한 자세를 비추었고 짙은 담배 냄새가 풍겨왔다. 여자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간을 찌푸리던 주이찬은 그제야 아이의 상태를 발견했다. “왜 그래?” 유수진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열이 많이 나고 있어. 콜택시 좀 잡아줄래. 핸드폰이 고장 났거든.” 주이찬은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병원까지 데려다줄게” 그는 말을 하면서 서둘러 차 키를 챙겼다. “괜찮아. 택시만 좀 불러줘.” “너 돈 있어?” 남자의 말에 유수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현금을 사용하는 습관이 없었고 지금은 핸드폰도 고장 난 상태였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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