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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남편의 첫사랑인 심시은은 강인아가 일부러 자신을 차로 치려 했다고 누명을 씌웠다. 그다음 날 남편과 두 아들은 강인아의 남동생을 끓는 기름 솥 위에 매달아 놓고 산 채로 튀겨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강인아는 미친 듯이 달려들었지만 결국 경호원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정장 차림의 진도윤은 냉정한 표정으로 옆에 서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 앞으로 시은에게 손끝 하나 댈 생각하지 마.” 강인아는 울부짖으며 애원했다. “내가 한 게 아니야. 진도윤, 제발 내 동생만은 살려줘. 아직 열여덟 살이고 이제 막 서울대에 합격했다고.” 다섯 살 진서진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증거가 확실한데, 아직도 변명하는 거예요?” 네 살 진유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천진하면서도 잔인한 어조로 덧붙였다. “엄마, 외삼촌이 죽는 게 무서우면 시은 이모를 들이받지 말았어야죠. 우리가 시은 이모를 얼마나 아끼는데.” 강인아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들이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 심시은이라면 나는 어떤 존재였던 걸까?’ 그녀는 진도윤을 바라보았다. 오랜 부부의 정을 봐서라도 자신을 용서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마치 낯선 사람을 대하듯 냉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강인아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동시에 눈물이 쏟아졌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심시은이었다. 추억은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을 베어냈다. 강인아와 진도윤, 심시은 세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다. 강인아는 진도윤을 좋아했지만 진도윤의 눈에는 언제나 심시은밖에 없었다. 강인아는 어쩔 수 없이 그저 묵묵히 그의 마음을 축복했고, 심지어 진도윤의 고백을 돕기까지 했다. 하지만 진도윤이 고백하려던 바로 전날, 심시은이 탄 비행기가 추락해 시신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진도윤은 매일 술에 취해 폐인처럼 살아갔다. 강인아는 그의 곁을 지켰다.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을 때면 숙취 해소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주었고 위출혈이 생기면 밤새 간호했다. 어느 날 밤, 진도윤은 술에 심하게 취한 채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심시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덮쳤다. 분명 그를 밀어낼 수 있었지만 너무나 그를 사랑했기에 기꺼이 대역이 되기를 선택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침대 시트에 남은 핏자국을 보고 한동안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책임질게. 우리 결혼하자.” 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되었다. 결혼 생활동안 강인아는 필사적으로 그에게 잘하려 애썼다. 평소 위장이 좋지 않은 그를 위해 그녀는 매일 새벽 속을 편안하게 해 주는 죽을 끓여 주었고 일이 바쁜 그를 돕기 위해 서류를 처리하는 법도 배웠다. 그가 밤에 악몽에 시달릴 때마다 뜬 눈으로 곁을 지켰다. 그러다 보니 그녀를 바라보는 진도윤의 눈빛도 점차 달라졌다. 그도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좋아하는 맛을 기억했고 생리 기간에는 직접 생강차를 끓여 주었으며 그녀가 잠들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기도 했다. 그리고 훗날, 그들은 진서진과 진유진을 낳았다. 두 아이는 그녀에게 찰싹 달라붙었고 진도윤도 늘 웃으며 그녀를 껴안으며 말했다. “여보, 고생했어.” 그 5년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심시은이 갑자기 ‘기사회생’해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순간, 강인아는 진도윤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를 더욱 절망하게 만든 것은 진서진과 진유진, 그녀의 두 아들마저도 재빨리 심시은에게로 기울었다는 사실이었다. “시은 이모가 엄마보다 훨씬 더 상냥해요.” “시은 이모는 우리랑 게임도 해 주는데 엄마는 맨날 우리를 통제하려고만 해요.” “아빠, 시은 이모를 엄마로 삼으면 안 될까요?” 그럴 때마다 진도윤은 그녀를 힐끗 바라본 뒤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 말은 하지 마.”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아이들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강인아는 이방인처럼 자신이 훔쳐 온 5년간의 행복이 심시은이 돌아온 순간 완전히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심지어 이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존재하지도 않는 죄를 인정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내가 한 게 아니야!” 강인아는 회상에서 벗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진도윤, 그만 놔줘!” 진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계속 그렇게 고집부리면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잃는 고통을 맛보게 될 거야.” 그가 손을 들자, 경호원은 즉시 밧줄을 끊었다. “안 돼!” 강인아는 밧줄이 끊어지며 동생의 모습이 뜨거운 기름 솥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녀는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갔지만 곧 경호원들에게 붙잡혔다. 그녀는 절망적인 비명을 터뜨렸다. “진도윤! 네가 죽인 거야! 네가 죽였어!”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갑자기 피를 토했다. 그 모습을 본 진서진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비죽거렸다. “그만해요. 저 위에 있는 건 외삼촌이 아니라 그냥 마네킹일 뿐이에요. 엄마,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예요?” 진유진도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러게. 그냥 겁만 주려고 한 것뿐인데, 누가 시은 이모를 다치게 하래요?” 강인아는 온몸의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진도윤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늘 이 기분 똑똑히 기억해. 시은이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 이상 나는 두 번 다시 잃고 싶지 않아.”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부드러운 어조로 덧붙였다. “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아. 이미 너와 결혼했으니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책임은 다할 거야. 이혼하지는 않을 테니까 시은이를 쫓아낼 생각은 하지 마.” 강인아는 떨리는 몸을 억누르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심시은만 좋아하는 남편과 아들들을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입을 열려는 순간, 진도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시은아?”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순식간에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췄다. “또 아파?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전화를 끊은 그는 강인아를 돌아보지도 않고 진서진과 진유진을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공장은 순식간에 텅 비었고 강인아는 바닥에 꿇어앉아 흙바닥 위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눈물을 닦고 막 일어서려는 순간,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심시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인아야, 그 마네킹 내가 바꿔놨어. 지금 기름 솥에서 튀겨지고 있는 건 네 친동생이 맞아.] 강인아는 온몸의 피가 한순간에 얼어붙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기름 솥 쪽으로 다가갔고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덮쳐 눈이 따갑게 아려왔다. 기름 솥 안에서 동생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튀겨져 있었다. 살갗은 새까맣게 타 있었고 사지는 뒤틀린 채였다. 오직 두 눈만이 똑바로 뜬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우야... 인우야!” 강인아는 미친 듯이 손을 뻗었다. 뜨거운 기름이 손등에 튀는 순간, 순식간에 물집이 잡혔다. 고통에 몸을 떨면서도 그녀는 필사적으로 동생의 손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그저 입술만 가늘게 떨고 있었다. 마치 ‘누나’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있다면 그녀는 반드시 동생을 구할 것이다. 강인아는 떨리는 손으로 119에 신고한 뒤, 동생을 끌어안은 채 미친 듯이 진씨 집안을 뛰쳐나왔다. 온몸이 떨리고 눈물이 시야를 가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동생을 꽉 끌어안은 채 비틀거리며 택시를 잡아탔다. “병원으로 가 주세요. 제발 빨리요.” 그녀는 쉰 목소리로 거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말했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그녀의 모습을 본 운전사는 급히 속도를 냈다. 병원 복도에서 강인아는 숨이 끊어질 듯한 동생을 안고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나 간호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인아 씨, 진 대표님께서 모든 의사에게 심시은 씨를 우선으로 돌보라고 지시하셨어요. 지금 동생분을 수술할 의사가 없어요.” 강인아는 온몸을 떨며 즉시 진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도윤... 부탁할게. 제발 인우를 살려줘. 인우가 기름 솥에 빠져서 지금 죽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강인아, 그냥 마네킹일 뿐이잖아. 언제까지 억지를 부릴 거야?” 그의 말 뒤로, 진서진과 진유진의 불평이 낮게 흘러나왔다. “엄마는 왜 항상 억지를 부리는 거야?” “아빠, 신경 쓰지 마세요. 시은 이모가 아빠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진도윤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강인아는 바닥에 꿇어앉아 절망적으로 사방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피했다. 마침내 그녀를 도와주겠다는 의사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동생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인우야, 인우야...” 강인아는 검게 탄 동생의 시신을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녀의 품에 안긴 소년은 더 이상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동생은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 사흘 후, 강인아는 동생의 묘비 앞에 서서 핏기라고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얼굴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지난 사흘 동안 그녀는 넋이 나간 상태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고 동생을 화장한 뒤, 직접 이곳에 묻었다. 그동안 진도윤과 두 아들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심시은의 SNS를 확인했다. 최신 게시물에는 진도윤이 심시은에게 죽을 먹여주는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꼭 직접 간호해야겠다고 하는데 정말 못 말린다니까.] 그 아래에는 진서진과 진유진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시은 이모, 빨리 나으세요! 저희 이모랑 같이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요!] [시은 이모는 엄마보다 훨씬 상냥해요. 저희는 이모가 제일 좋아요!] 강인아는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 눈빛이 완전히 식어 버렸다. 그녀는 묘지를 나와 바로 두 가지 일을 했다. 첫 번째는 변호사 사무실로 가 이혼 합의서를 작성한 것, 두 번째는 경찰서로 가 당직 경찰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심시은을 살인 혐의로 고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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