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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강인아는 눈앞의 광경을 보며 심장이 찢어지는 듯했다. 힘들게 낳은 두 아들이 바로 그녀 앞에서 진도윤을 다른 여자에게 밀어 넣고 있었다. 진도윤은 심시은과 한참 동안 키스를 나눈 뒤에야 입술을 떼었다. 두 사람의 입술 사이에는 야릇한 은빛 실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심시은은 얼굴을 붉힌 채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 진도윤이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균형을 못 잡았어.” 말을 마친 그는 얼굴을 굳히며 진서진과 진유진을 바라보았다. “장난 그만해.” 어조는 엄격했지만 강인아는 진도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 키스에 누구보다 만족하고 있었다. 진도윤은 다시 강인아를 바라보며 해명하듯 말했다. “방금은 실수였어. 애들이 장난친 거야. 신경 쓰지 마.” 강인아는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신경 안 써.” 강인아는 정말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아버지와 아들 모두를 더 이상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관람차에서 내려온 뒤 사람들은 꽃차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이동했다. 화려한 야경과 웃음소리 속에서 꽃차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그때, 꽃차를 끌던 말이 갑자기 놀라 울부짖으며 군중을 향해 달려왔다. “조심해!” 혼란 속에서 강인아는, 진도윤과 두 아이가 심시은에게 달려가 그녀를 꽉 껴안고 보호하는 모습을 보았다. 반면 강인아는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사람들에게 밀려 넘어졌다. “악!” 극심한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말발굽이 갈비뼈를 짓밟고 지나갔고 수레바퀴가 다리를 짓이기듯 지나갔다. 강인아는 자신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또렷하게 들었다. 눈앞이 깜깜해지며 강인아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다시 깨어났을 때 병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강인아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고 갈비뼈와 다리에서 전해지는 극심한 통증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화면이 켜지자 잠금 화면에 SNS 알림이 떠 있었다. 심시은이 사진을 올린 것이었다. 사진 속에서 진도윤과 두 아이는 심시은의 병실 침대에 모여 있었다. 한 명은 따뜻한 물을 들고 있었고 한 명은 약을 들고 있었으며 진도윤은 부드럽게 이불을 정리해 주고 있었다. [이게 사랑받는 느낌일까?] 강인아는 입꼬리를 비틀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의사가 문을 열고 들어와 검사 보고서를 살폈다. “강인아 씨, 갈비뼈가 세 개 부러졌고 왼쪽 다리 경골에 골절이 있습니다. 며칠 입원하시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의사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가족분들은 안 계신가요? 보호자 사인이 필요합니다.” 강인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가족이 없어요.” 그 후 며칠 동안 병실은 내내 텅 비어 있었다. 간호사들은 안쓰러운 눈길로 강인아를 바라보며 가끔 몰래 진통제를 하나 더 챙겨 주기도 했다. 퇴원하는 날이 되어서야 진도윤이 뒤늦게 나타났다. “시은이가 많이 놀라서 며칠 동안 곁을 떠날 수가 없었어.” 진도윤은 평범한 어조로 말했다. “상처는 좀 어때? 며칠 더 입원해야 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간호해 줄 수도 있어.” 강인아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당신들 시간 뺏고 싶지 않아.” 진도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의 강인아는 자신이 바쁜 회사 일을 뒤로 하고 한 시간이라도 함께 있어 준 것만으로 며칠을 기뻐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거절했다. 그런데도 진도윤은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운전사에게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고급 맞춤 드레스 가게로 가라고 지시했다. 가게 안은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했고 진도윤은 여러 벌의 드레스를 집어 들어 강인아의 몸에 대어 보았다. 강인아는 그가 자신에게 보상하려는 줄 알고 나지막이 말했다. “괜찮아. 나는 이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 “뭐가?” 진도윤은 말을 끊었다. “곧 시은이 생일이잖아. 가장 완벽한 드레스를 맞춰 주고 싶어서.” 그는 강인아의 몸매를 훑어보며 덧붙였다. “너랑 시은이 체형이 비슷하니까 데리고 와서 입혀보는 거야.” 강인아는 웃었다. 자신이 착각했다는 사실이 우스웠고 진도윤이 그녀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더 우스웠다. 그 뒤로 세 시간 동안 강인아는 인형처럼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드레스를 입어 보았다. 마지막으로 진도윤은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인어 라인 드레스를 골랐다. “이걸로 하자.” 집에 돌아온 진도윤은 종이 가방을 그녀에게 던지듯 건네며 말했다. “지나가는 길에 네 것도 하나 샀어.” 강인아는 힐끗 바라보았다. 그것은 고급 맞춤 드레스의 증정품인 평범한 검은색 원피스였고 꼬리표에는 ‘증정’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강인아는 그것을 받아 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응.” 방으로 돌아온 강인아는 그 원피스를 곧바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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