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화
“아주머니, 오늘 다섯 시쯤에 돌아올 테니 산 새우랑 아스파라거스 넉넉히 사 둬요.”
출근길에 강우빈이 주혜린에게 일러두었다.
어젯밤 내내 꿈속에서 아스파라거스 새우볶음을 만들었더니, 이제 손에 익은 듯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강우빈은 CCTV로 심은지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어제 심은지에게 물린 입술을 습관처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정말 성질 하니 고약하네...”
강우빈은 피식 웃음이 번지더니, 배 속 아기가 아들일지 딸일지까지 생각이 뻗었다.
한성 그룹 사무실.
심은지는 등줄기를 타고 스치는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홱 돌려 사무실을 한 바퀴 훑었다.
‘이상하네... 또 누가 지켜보는 기분이야. 임신하고 괜히 예민해진 건가.’
똑똑.
“들어오세요.”
임지현이 보온병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사모님께서 보내신 죽입니다. 뜨거울 때 드시래요.”
“알겠어요.”
심은지는 못 말리겠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만두 두 개에 계란후라이, 햄만 대충 먹고 나온 탓이었다. 심은지가 출근하자마자, 최미숙은 혹시나 배가 고플까 봐 곧장 죽을 보내왔다.
심은지는 보온병을 들고 탁자 앞으로 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표고버섯 새우죽이었다. 한 그릇 덜어 입에 대자 보온이 너무 잘 돼 아직 입천장이 델 정도였다. 그래도 심은지는 입맛이 확 살아났다. 한 그릇을 비우고 통에 남은 죽을 또 반 그릇 덜어 먹었다. 결국 보온병이 말끔히 비었다.
한편, 모니터 앞의 강우빈은 눈을 떼지 못했다. 심은지가 숟가락을 술술 놀리며 끝까지 다 먹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내선 전화를 눌렀다. 잠시 후 곽시훈이 들어와 일정을 보고했고, 하루 내내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오후 다섯 시가 가까워졌다.
강우빈은 퇴근 전, 심은지가 밤에도 야근한다는 걸 다시 확인하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아주머니, 새우랑 아스파라거스 다 준비됐죠?”
“네. 오늘 들어온 것 중에서 가장 신선해요. 대표님, 그래도 제가...”
주혜린은 어제 버린 새우 생각에 마음이 쓰였지만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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