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화
강우빈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목소리에는 깊은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은지야, 정말 이렇게까지 우리를 밀어내야겠어?”
싸늘한 얼굴로 심은지가 대답했다.
“이 모든 게 누가 자초한 일인지는 당신이 더 잘 알잖아.”
그녀의 시선이 옆에 서 있는 부자에게로 옮겨갔다.
닮은 얼굴, 닮은 눈빛. 그걸 보는 순간, 억눌러온 분노가 다시 치밀었다.
“강우빈, 나는 당신이 지금 이렇게까지 나를 찾아오는 이유가 대체 뭔지 모르겠어. 하지만 은우의 손을 잡고 왔다면 은우가 상처받을 각오는 했었어야지.”
그녀는 결심한 순간부터 단 한 번도 다시 강은우를 이유로 흔들리지 않기로 했다. 예전의 심은지는 이미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양보해 왔었다.
“강은우, 네가 속상하다면 다음부터는 아빠를 따라 나한테 오지 마.”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졸업식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 지금은 내가 가지 않아서 서운하겠지만 조금만 더 크면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심은지의 말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강은우를 보며 그녀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조심스레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은우, 너는 이제 일곱 살이 다 되어가. 더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아니야. 그러니까 이혼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는 알아야 해.”
강은우는 엄마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비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우는 몰라요.”
그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고 그저 엄마가 다시 돌아와 주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심은지는 그런 강은우를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감싸 쥐고 그의 촉촉한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
“자기 자신을 속이려 하지 마. 나랑 아빠는 이미 이혼했고 너의 양육권은 아빠에게 있어. 앞으로 졸업식이든 뭐든 그건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야. 정말 부모가 같이 와주길 바란다면 나를 찾을 게 아니라 아빠한테 새엄마를 빨리 찾아 달라고 해.”
‘어차피 당신들 부자는 이미 한서연의 존재를 받아들였잖아. 그럼 그녀가 대신 가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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